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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0톤 치즈 매입'으로 농가 살리기 나선 미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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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이심기 특파원) “치즈 더먹기 캠페인이라도 벌어야 하나”

미국 정부가 최근 2000만달러를 들여 치즈를 사들이기로 했다. 물량으로는 1100만 파운드. 5000t에 달한다. 미 정부가 때아닌 치즈 매입에서 나선 것은 공급과잉으로 가격이 폭락하면서 농가들이 잇따라 파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언론들은 이를 중앙은행이 경기를 살리기 위해 채권을 매입해 시중에 돈을 푸는 양적완화에 빗대 ‘치즈완화’라는 제목까지 달고 있다. 미국인들의 소비량이 역대 최대에 달할 정도로 치즈를 먹어치우고 있지만 최근 30년래 최대를 기록중인 공급량을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설명이다.

실제 지난 20년간 한 해도 예외없이 미국의 치즈 소비량은 증가해왔다. 지난해 미국인 한 명당 34파운드, 15kg의 치즈를 먹어치웠다. 캘리포니아 대학교 데이비스 캠퍼스의 레슬리 버틀러 교수는 “앞으로도 미국인들의 치즈 소비량 증가추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인들의 치즈 소비량중 상당수는 피자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미국 전역에 7만여개에 달하는 치즈가게가 성업중이고, 연간 시장규모만 45억달러에 달한다. 하루에 소비되는 치즈만 수십억 파운드가 넘고, 금액으로는 1억5000만달러에 육박한다.

미 정부는 이번에 매입하는 약 5000톤의 치즈를 푸드뱅크와 무료급식소 등에 뿌리고 일부는 전국의 식품저장창고에 보관할 계획이다.

농가는 그러나 이 정도 규모는 공급과잉을 해소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번에 사들이기도 한 1100만 파운드는 현재 재고량 12억5000만 파운드의 1%에도 못친다고 주장이다. 농가들은 또 지난해 미국 전역의 4만3000개에 달하는 농장중 1200곳 이상이 문을 닫았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근본적으로는 전 세계적으로 우유의 공급과잉이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유럽지역에서 물량이 쏟아지면서 우유가격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이후 최저수준까지 떨어졌다. 외신들은 정부의 ‘치즈완화’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주말에 식료품을 사는 미국인들이 평소보다 치즈를 더 사야하는 ‘의무감’을 느껴야 할지 모른다고 전했다. (끝)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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