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性속의 경제史

(性속의 경제史) 고대 오리엔트 경제의 붕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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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화담·성풍속연구가) 고대 그리스의 경제와 고대 오리엔트 경제의 차이점을 논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그리스에서 그처럼 다양하고도 풍성한 세계관이 형성된 것은 아마도 경제구조의 차이에서 기인한다고 해야할것이다.

고대 오리엔트 세계에서의 경제는 궁정 및 사원의 경제였다. 도시경제적 외양을 띠고는 있었지만 궁정과 사원이 경제의 대부분을 독점하고 있는 독점구조를 갖고 있어서 대부분의 신민은 주체적인 경제활동에서 소외되어 있었다. 여기에 반해 그리스 도시경제는 개방적이었고 누구나 어떤 영업이라도 영위할 수 있는 개방체제였다. 이오니아와 그리스 본토에서의 경제는 자유인들간의 경제였고 따라서 개인주의적 세계관에 기초한 다양한 상상력이 발휘될 공간을 허락하고 있었다.

기원전 5세기에 전성기에 올랐던 소피스트들의 세계관이 바로 그런 것으로 세상의 경계가 넓어졌을 때 세상을 보는시각의 경계도 같이 넓어지는 것이다. 특히 화폐경제의 발달은 부의 축적과 도시에서의 직업의 분화와 상대적 세계관을 불러왔고 성에 관한 각종의 다양한 금기들도 모두간단히 무너지고 부서졌다. 로마가 제국의 수도가 되었을 때 일어났던 현상은 고대 그리스가 지중해와 나아가 양대륙을 평정하고 제국을 건립했을 때 일어난 현상과 본질적으로 동일한 것이었다.

소피스트들이 전성기에 이르고 디오니소스 축제가 허용되고 서사시의 시대가 사라지면서 모든 근엄한 것들도 같이 사라졌다. 예를들면 고대로부터 이어져 내려온 정면성의 원리같은 것이 모두 이 시기에 들면 자취를 감추게 된다. 자유로서의 성이 대세를 차지하게되고 우리가 오늘날 화병의 파편들을 통해 알게 되는 성의 향연이준비되었던 것이다. 고상하게 표현하면 이렇게 되는 것이지만 좀 상스럽게 표현한다면가릴게 없이 되고 제멋대로 되는 것이기도 하다. 천박하게 되고 천민적이 되는 것은 모든 수구적 양반들이 비난했던 것과도 마찬가지다.

지난회에 그리스의 남색에 대해 말했지만 남색이 모두 장려된것은 아니고 청소년이 많은 학교부근에서는 엄격히 제한된다거나하는 나름대로의 밀고당기는 규제들이 있었던 것이다. 한 사람의 자유에서 다수의 자유로 가는 것이 역사의 진보라고 헤겔은 지적했지만 고대오리엔트 사회가 갖고있던 차폐된 세계질서가 지중해의 밝은 태양아래 무너져 내린 곳에 그리스의 자유가 탄생한 셈이다.

처음에는 소녀의 나신상조차 만들지 못했을만큼 전통사회적 엄격성을 유지하던 그리스가 이렇게 달라진 원인은 어디에 있는것일까. 그리스 최초로 사창가를 만든 코린트는 어떤 조건을 갖추었길래 매춘을 합법화할 정도로 진취적으로 나갔던 것인가하는 질문이 우리앞에 해답을 기다리고 있다.

오늘의 신문 - 2024.05.07(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