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병훈 문화부 기자)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문학축제 백일장에 기성 문인이 출품해 상을 받았다면? 대회 규정상 참가자 제한이 없어도 도의적으로 반칙인 걸까요, 아니면 규정에 맞게 정정당당하게 경쟁해서 승리한 걸로 봐야 할까요. 이 문제를 두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문인들 간에 갑론을박이 한창입니다. 유명 소설가 이외수씨도 자신의 SNS에 이에 대한 글을 남겼습니다. 무슨 일일까요?
사건은 이달 초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강원도 화천군이 주최한 제5회 세계평화안보 문학축전이 지난 6~7일 열렸습니다. 행사의 일환으로 열린 평화안보 백일장에서 황종권 시인이 장원 격인 대통령상을 수상했습니다. 황 시인은 2010년 경상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돼 등단했으며 예술고등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시 쓰기를 가르친 적도 있습니다. 황 시인이 백일장에서 경쟁한 사람 중에는 자신이 가르쳤던 학생도 있었습니다. 황 시인은 심사를 거쳐 최고상 수상자로 선정돼 상금 500만원을 받았습니다.
김도언 시인이 16일 SNS에 이에 대한 글을 올리며 논쟁에 불을 붙였습니다. 그는 “다들 쉬쉬하며 아무런 말이 없다는 것에 대해 서글픔을 느낀다”고 직격탄을 날렸습니다. 그는 “해당 백일장이 우리나라 국민이면 누구나 참여할 자격이 있는 열린 형식이지만 아는 사람은 다 안다. 거기에 어떤 사람이 나가야 하고 어떤 이들이 나가서는 안 되는지”라며 “명시된 룰만 어기는 것만이 반칙이 아니다. 잘못된 해석을 이끈 감수성과 욕망도 반칙”이라고 주장습니다.
이후 김도언 시인의 논리를 반박하는 의견이 이어졌습니다. 이소연 시인은 SNS를 통해 “(심사위원들이) 원고만으로 당선을 결정해 놓고도 규정에도 없는데 ‘알고보니 시인이라서 안 된다’고 할 수는 없다”고 했습니다. 진연주 시인이 이소연 시인의 글을 공유하며 “(이번 행사는) 기성 문인과 일반인이모두 참가해 하나의 축제처럼 즐기도록 한다는 것이 행사의 취지”라고 말해 공감의 뜻을 나타냈고 이병철, 김주대 시인도 비슷한 취지의 글을 남겼습니다.
당사자인 황 시인은 뒤늦게 자신의 SNS에 글을 올려 “누구나 참여할 수 있었고, 주최 측에 여러 번 물었으나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나라고 해서 당신에 대해 할 말이 없겠는가. 당신의 약점 하나 틀어잡고 밭다리, 안다리, 엎어치기를 못하겠는가. 굳이 참았던 것은 문학을 하는 사람의 어두운 그림자가 어떤 빛을 감당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라고 섭섭함을 드러냈습니다. 김도언 시인은 논란이 일자 자신의 글을 현재 삭제한 상태입니다.
논란이 커지자 이외수 작가는 “이 축전은 데뷔 관문이 아니다. 대한민국 국민 모두와,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외국인 모두가 참가 자격을 가지고 있다”면서도 김도언 시인과 진연주 시인의 상반된 의견을 공유하며 “어떻게 생각하시냐”고 화두를 던졌습니다. 여러분의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기성 시인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백일장에 응모하지 않는 게 매너일까요, 아니면 합의된 규칙에 어긋나지 않는 한 응모해도 되는 것일까요? (끝) /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