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性속의 경제史

(性속의 경제史) 정절 소문내 '몸값' 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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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화담·성풍속연구가) 그리스 창녀들에 대해 좀더 공부해보자. 창녀들에 대해 과도한 숭배가 있었다면 우리나라의 점잖은 분들이 상놈들 하는 짓이라고 비난하겠지만 알고보면 홍랑이나 황진이에 대해서도 비슷한 종류의숭배가 없지 않다. 황진이를 마치 해방처녀처럼 묘사하는 것은 아무래도 견디기 어렵다.

알고보면 고대 그리스의 창녀들도 모두 해방처녀들에 다름아니다.신전에까지 모셔지는 창녀들이 헤타이라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다는것은 지난번에도 말한 바 있었지만 이들이 유곽에 거주하거나 길거리를 배회하는 창녀들과 다를 바가 있겠는가. 이들은 물론 사랑이 넘치는 여자들이었지만 오직 돈을 위해 일하고이로써 남자를 수시로 바꾸어 갔다.

실제 오늘날까지 남아 있는 그리스의 문학작품들은 돈투정을 하는 고급 창녀들의 편지글들을 소개하고 있다. 물론 절개를 지키고 거의 한 사람의 애인에게만 정절을 주는 듯이 보이는 고급 창녀들이 없지 않았다. 이들이 몸값을높이 쳐준다고 해서 아무 남자에게나 몸을 허락하지 않았다는 소문은 다만 몸값을 올리기 위한 일종의 얄팍한 전술에 불과한 것이다.

일부 종사하는 황진이와 유사한 창녀가 있었는데 그녀의 이름은 라이스였다. 물론 고급창녀, 다시말해 헤타이라이였다. 그녀는 두명의 저명한 남자와 사랑을 했는데 한 사람은 우리가 잘알고 있는 거지 철학자 디오게네스였다. 또 한 사람은 웅변가요 정치가였던 아리스토푸스. 디오게네스는 소여물통속에 산다는 정도였으니 화대라고는 있을 수도 없었다. 그러니 라이스는 언제나 디오게네스를 공짜로 그러나 지극한 정성을 다해 맞았다. 라이스는 스스로가 디오게네스를 사랑한다고 떠벌리고 다녔다. 반면 아리스토푸스는 꽤 많은 화대를 몸값으로 지불했던 모양이다.

이 두 교양있는 남자가 한 사람의 여인을 두고 싸움을 벌였다. 먼저 세상사람들이 아리스토푸스에게 물었다. 『당신은 비싼 돈을 주고 여자를 샀다. 디오게네스가 공짜로 즐기는 것이 화가 나지 않나.』 아리스토푸스가 멋지게 대답했다. 『글쎄, 나는 물론 돈을 주지만 그렇다고 여자가 다른 남자와 즐기지 못하게 돈을 준 것은 아니다.』 엉뚱한 공격은 오히려 디오게네스가 퍼부어댔다. 『당신은 창녀와 같은 여자와 지내는 것이 부끄럽지도 않은가.』 아리스토푸스가 다시 절묘하게 응수했다. 『당신이야말로 남이 살던 집에 들어가 사는게 부끄럽지 않은가 디오게네스여』라고 말이다.

확실히 고급창녀들은 이런 수법을 전가의 보도처럼 써먹는 것같다. 황진이 역시 청산리 벽계수를 노래하며 화담 선생을 유혹하기 위해 애를 썼고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은 화담 밖에 없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물론 한물간 다음에는 그런 스토리라도 있어야 정조있는 기생이라는 소리를 듣게 마련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창녀들의 오래된 수법은 비슷한 것같다. 어디엔가 황진이 사당이 있다는 얘기를들었던 것같기도 하다. 사당을 세운 사람들이 이 글을 보면 항의깨나 해올 것이다.

오늘의 신문 - 2024.05.01(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