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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 석유 내주고 식료품 받는 현물거래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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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윤정 국제부 기자) 베네수엘라는 요즘 극심한 식량난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베네수엘라 국민들은 식량을 구하기 위해 쓰레기통까지 뒤지는 상황이지요. 식료품뿐 아니라 화장지 등 생활 필수품과 의약품마저 구하기 어렵다고 합니다.

베네수엘라 정부가 극심한 식량난을 해결하기 위해 특단의 대책을 내놨습니다. CNN머니는 자메이카 정부가 400만달러 규모의 식료품과 생활 필수품, 비료, 건축자재 등을 제공하면서 베네수엘라로부터 이에 상당하는 석유를 받기로 했다고 3일 보도했습니다. 석유와 식료품 등을 현물거래하겠다는 겁니다.

베네수엘라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유가 하락으로 인한 외화 부족과 경기 침체를 겪고 있습니다. 베네수엘라는 세계 1위 석유 매장량을 자랑합니다. 이같은 혜택은 오히려 독이 됐습니다. 원유 산업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 다른 산업이 발달하지 못하는 ‘자원의 저주’에 걸려버렸죠. 수출에서 원유가 차지하는 비율은 95%에 달했습니다. 유가가 고공행진하며 경기가 좋을 때는 대부분의 식료품과 생필품을 수입에 의존해왔지만 유가가 최고가의 절반 이하로 떨어지면서 상황은 달라졌습니다.

외화는 부족해졌고, 수입에 의존하던 식료품과 생필품은 구하기 어려워졌습니다. 베네수엘라의 식량난은 심각합니다. 지난달에는 식료품을 사기 위해 콜롬비아로 넘어가려는 베네수엘라 국민들을 막기 위해 두 지역을 잇는 국경에 경찰이 배치되기도 했지요. 결국 국경이 열렸고 10만명이 넘는 베네수엘라 국민들이 콜롬비아로 쇼핑을 위해 건너갔습니다.

외신은 콜롬비아에서 식료품 등을 사기 위해선 엄청난 가격을 지불해야 한다고 전했습니다. 유가 하락에 따른 수출규모 감소로 헤알화 가치가 크게 하락했기 때문입니다. 두 화폐간 환율을 적용하면 베네수엘라 국민들은 상품들을 무려 배 이상의 가격이 구매해야 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국민들은 생필품을 사기 위해 국경을 넘습니다. 비싼 게 문제가 아니라, 베네수엘라에선 아예 물건들을 구할 수 없기 때문이죠.

이렇게 심각한 상황에서도 베네수엘라 정부는 UN이나 국제사면위원회 등의 원조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국제사면위원회의 에리카 로사스 이사는 “베네수엘라 정부가 인도적 지원을 받는 것을 정부가 위기를 초래했다고 인정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원조를 받는 대신 현물 거래를 선택한 배경으로 해석됩니다.

사실 베네수엘라가 돈 대신 물건을 주고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고 합니다. 2007년 이후 중국은 베네수엘라에 650억 달러 규모의 차관을 제공했는데 베네수엘라는 일부를 원유로 갚았다고 하네요. (끝)/ yj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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