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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테크 대전'…일본 메가뱅크 부러운 한국 은행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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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금융부 기자) 바야흐로 은행권 ‘핀테크 대전(大戰)’입니다. 저성장·저금리가 고착화하면서 기존 금융상품과 서비스만으로는 생존을 담보할 수 없다는 절실함에 각 은행들은 앞다퉈 핀테크(금융+기술) 역량을 높이고 있습니다.

가장 경쟁이 치열한 영역은 핀테크를 이용한 해외송금 부문입니다. 비(非)이자이익을 늘리면서 동시에 충성도 높은 외국인 고객까지 선점할 수 있거든요. 주요 시중은행이 올 들어 수취인의 휴대폰 번호만 알면 언제, 어디서든 모바일 앱(응용프로그램)을 활용해 간편하게 해외송금이 가능한 서비스를 출시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이 밖에도 신한은행은 모바일전문은행 써니뱅크의 환전 서비스와 자동차금융 부문을 빠르게 키우고 있고요. KEB하나은행은 시중은행 중에서 가장 활발하게 핀테크 기업에 직접 투자하면서 핀테크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을 육성하고 있습니다.

이렇다 보니 은행 실무자들은 최근 일본 은행들의 핀테크 관련 사업에 유독 관심을 쏟고 있답니다. 저성장·저금리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이미 오래 전에 경험한 일본 은행들에서 시사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란 판단에서죠. 일본 은행들의 핀테크 역량은 한국 은행들에 비해 한 발 앞선다는 평가가 있기도 합니다.

지난해 일본 국내 핀테크 시장 규모는 약 34억엔(약 370억원)입니다. 미쓰이스미토모은행, 미쓰비시도쿄UFJ은행, 미즈호은행 등 일본 3대 메가뱅크 등이 스타트업과 협력을 강화하면서 빠르게 시장이 커졌습니다. KOTRA에 따르면 2018년에는 223억엔, 2020년에는 568억엔까지 확대될 것이라고 합니다.

미쓰비시도쿄UFJ은행은 해외에서 핀테크 기업을 유치하게 위해 펀드를 설립하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선진 해외 기술을 도입해 은행업이 아닌 다른 업종과 연계를 강화한 새로운 서비스를 출시하기 위해서입니다. 주로 트렌드 변화에 맞춘 결제 시스템 개발과 빅데이터 개발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미즈호은행은 최근 예금계좌의 입출금 기록을 평생 체크할 수 있는 기능을 선보였습니다. 다른 은행 계좌까지 모두 관리할 수 있는 통합 기능도 마련하고 있고요. 시즈오카은행은 가상화폐 비트코인 등에 사용되는 신기술 블록체인(거래 내역 암호화 기술) 연구에 착수했습니다.

이런 일본 은행들의 움직임에는 일본은행의 마이너스 금리 정책으로 금리 부담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는 위기 의식이 작용하고 있습니다. 일본 금융당국도 규제 완화 등으로 적극적으로 일본 은행들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일본 금융당국은 금융지주회사가 정보통신(IT) 기업에 5% 이상 출자할 수 있도록 은행법을 바꿨습니다. 물론 금융당국의 개별 허가가 있어야 하지만요. 전에는 은행지주회사의 자회사에 금융 업무만 인정됐는데, 이제는 핀테크 기업을 비롯한 다양한 정보통신기술(ICT)에 대한 출자가 허용됐습니다. 전자상거래와 스마트폰 결제 등의 사업이 허용되면서 금융지주회사 산하에서 각종 신 사업이 다양하게 추진되고 있습니다. 종전에는 하지 못했던 온라인 쇼핑 사이트 등도 운영할 수 있게 됐거든요.

일본 3대 메가뱅크는 이미 현행 규제 범위 안에서 IT 기업을 그룹화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습니다. 한국 금융당국도 핀테크에 대한 관심은 높지만 실행과 규제 완화 측면에서 아직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금융당국의 적극적인 지원 등을 발판으로 한국 은행들 역시 활발하게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기를 기대해봅니다. (끝)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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