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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뒷 얘기

은행들이 `기업 히스토리 북`을 만든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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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금융부 기자) 히스토리 북. 말 그대로 역사책입니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일어난 다양한 사건을 기록해놓은 책이죠.

최근 은행들이 이같은 기업 히스토리 북에 관심을 쏟고 있습니다. 엄밀하게 말하면, 기업 여신 히스토리 북입니다. 올 들어 취약업종을 비롯한 산업 및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서 더욱 두드러진 현상입니다.

기업이 은행과 여신 거래를 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일을 세밀하게 남기는 겁니다. 심사 과정에서 일어난 논쟁 등 특이사항을 빠짐없이 메모하죠. ‘300억원의 대출 연장을 신청했지만 여신심사위원회에서 통과되지 않음.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일단 일부 자산 매각을 요구’ 등의 기록을 남기는 식입니다.

이렇게 꼼꼼한 기록이 모이면 특정 기업의 여신 관련 히스토리가 되고, 기업의 재무·경영 관련 또 다른 실무 검토 자료가 될 수 있거든요. 물론 은행과 금융 거래가 발생할 때마다 전산 시스템에 각종 기록이 남게 됩니다. 하지만 개별 기업 전담 심사역(RM)이 이런 기업 여신 히스토리 북을 만들게 되면, 인사 등으로 담당자가 바뀌었을 때 좀 더 빠르고 정확한 인수인계와 관리가 가능해진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기업을 가장 가까이서 접하는 심사역의 분석과 메모는 전산 기록만으로는 채울 수 없는 현장 정보도 되고요. 새로운 은행 자산이 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움직임이 가장 활발한 곳은 우리은행입니다. 실적 개선 등으로 민영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는 우리은행은 최근 몇년간 지속적으로 비우량 자산을 털어내고, 우량 자산 비중을 늘리고 있습니다. 우리은행은 올 상반기 말 기준 대손충당금 적립비율을 지난해 말보다 18.5%포인트 높인 140%로 끌어올렸습니다. 같은 기간 고정이하여신(NPL) 비율도 0.25%포인트 낮춰 1.22%로 내려왔고요.

여신 건전성과 자산 포트폴리오를 관리하는 데 임직원들의 이같은 꼼꼼한 기업 여신 히스토리 북도 일정 부분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우리은행 한 관계자는 “처음에는 솔직히 귀찮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다 보니 습관처럼 익숙해지고, 실질적으로 업무상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고 전하더라고요. 흔히 ‘기록과 메모가 자산이 된다’고 말하죠. 은행들의 여신 관리에도 적용되는 말인가봅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오늘의 신문 - 2024.05.08(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