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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뒷 얘기

커플에 '애정공세' 펼치는 국민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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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금융부 기자) 올 들어 한국의 출산율은 세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정부가 저출산 대책을 연이어 발표하고 있지만 갈수록 떨어지는 출산율을 끌어올리기에는 역부족인 듯 합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1~5월 중 혼인과 출산 건수는 역대 최저였습니다. 취업 문턱이 높아지고 주거 비용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결혼을 늦추거나 기피하는 만혼, 자발적으로 결혼을 하지 않는 비혼이 빠르게 늘어난 영향입니다.

이런 현상을 단순히 한 개인의 문제로만 보기는 어렵습니다. 저출산이 계속되면 장기적으로는 경제 활력이 떨어지게 되거든요. 전문가들이 혼인율·출산율 저하를 경기 침체의 신호탄이라고 해석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일각에서는 저출산 문제가 한국 경제의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경제 성장이나 기업 경영과도 밀접해서일까요. 금융회사 중에 유난히 출산율 제고에 관심이 많은 곳이 있습니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커플, 미혼 남녀의 연애에 대한 관심이죠.

바로 KB금융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국민은행입니다. 국민은행은 최근 다소 생소한 이름의 금융상품을 출시했습니다. ‘KB 짝꿍 통장’이 그것입니다. ‘사장님 대출’ ‘패키지 통장’ ‘모아 정기예금’ 등 기존 금융상품은 대개 상품의 특성을 부각시킨 경우가 많았죠.

이 상품은 스마트폰에서 통장 거래 내역을 공유할 수 있는 입출금식 통장입니다. 공동으로 데이트 비용을 마련하고 사용하는 새로운 연애 풍속도를 반영했다고 합니다. 상품에 가입한 뒤 모바일 앱(응용프로그램)을 통해 짝꿍 등록을 하면 ‘짝꿍 달력 자동 기록’ ‘메시지 및 기념일 관리’ 등의 전용 메뉴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일종의 데이트 기록 노트가 되는 셈이죠.

또 데이트 비용을 모으거나 데이트를 자주 할수록 짝꿍 온도가 올라가게 설계됐습니다. 애정지수를 수시로 확인하는 재미를 주고 싶어서라고 하네요. 애정지수가 일정 수준이 되면 커피 쿠폰이나 영화 관람권 등도 받을 수 있습니다.

이 상품을 개발한 담당자들은 “단순히 은행 거래를 위한 매체가 아니라 남녀간의 관계를 돈독하게 할 수 있는 계기를 주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 은행권에서도 “과거에도 커플을 대상으로 한 금융상품이 출시된 적이 있지만 그다지 주목 받지 못했다. 단순한 금융거래를 넘어서 커플을 유인할 만한 재미와 관심거리가 부족했기 때문이다”라고 전하더라고요.

커플을 공략한 금융상품 출시를 두고 출산율 제고로까지 연결시키는 게 무리일 수는 있지만 KB금융이 다른 금융그룹에 비해 유난히 미혼 남녀의 만남과 관계 지속, 결혼 등에 관심이 많은 건 사실입니다.

얼마 전 KB금융은 전 계열사 미혼 남녀를 대상으로 ‘두근두근 KB 하모니’라는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전 계열사에서 신청을 받아 미혼 남녀 각각 25명, 총 50명을 모아 만남의 장을 마련한 것이죠. 구성 자체가 화합(1부), 소통(2부), 사랑(3부)으로 이뤄진 것만 봐도 행사 성격을 잘 알 수 있습니다.

전문 연애 강사의 연애 특강을 시작으로, 서로를 알아가는 대화 시간, 참가자 전원이 가면을 쓰고 진행한 커플 선택의 시간 등이 이어졌습니다. 최종적으로 6쌍의 커플이 탄생하기도 했고요. 작지만 이런 시도들이 결혼과 출산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 확산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기대해봅니다. (끝)/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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