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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하우스 ‘인파 행렬’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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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화 한경비즈니스 기자) “모델하우스에서 줄 세우는 거요. 그건 정말 바로잡아야 하는 건설사의 ‘갑질’입니다. 그 불합리한 실태가 고쳐진다면 많은 사람들이 불편을 겪지 않을 겁니다. 그래서 고발합니다.”(A건설사 관계자)

모델하우스 인파 행렬에 대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의 고백이다. 건설사가 아파트 분양을 위해 오픈한 모델하우스에서 불필요한 인파 행렬을 만들고 그로 인해 방문객들이 아무것도 모른 채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모델하우스 인파 행렬에 대한 지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자체 인력을 동원하거나 숫자를 부풀려 더 많은 인파가 몰린 것처럼 홍보하는 것에 대한 지적들이다. 이번에는 여기에 방문객들의 피해가 추가됐다.

이 관계자는 “일부 건설사에서는 모델하우스 수용 인원이 넉넉함에도 불구하고 추가 입장을 제한하곤 한다”며 “되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무더위 땡볕에도, 비가 와도 줄을 세운다”고 말했다.

차를 살 때 상황과 비교하면 조금 더 이해하기가 쉽다. 자동차를 사려는 예비 구매자가 사전에 예약하고 예약일에 영업소 등을 방문하면 특별히 기다리는 일 없이 소위 ‘국빈 대접’을 받으며 시승하고 상품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자동차보다 더 비싼 집을 살 때 홀대를 받는 실정이다.

◆VIP는 줄 서지 않고 국빈 대접

사실 여기에도 숨겨진 비밀이 있다. 집을 살 때도 대접을 받을 수 있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VIP(우량 투자자)들은 모델하우스 오픈 전에 비공식적으로 따로 방문해 줄을 서지 않고 편하게 설명을 듣고 돌아간다”고 말했다. 일부 건설사들이 일반 방문객을 차별하며 줄을 세우고 있다는 설명이다.

해결 방법은 간단하다. 아파트 모델하우스에도 사전 예약하고 방문하도록 하면 된다. 일례로 ‘아파트투유(금융결제원이 운영하는 주택 청약 관련 홈페이지)’ 등의 사이트에 예약 시스템을 구축하면 특정 시간에 인파가 몰리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또한 예약 사이트를 통해 자연스럽게 모델하우스 방문 인원이 집계되는 만큼 허위 과장 광고에 대한 투자자들의 혼란도 방지할 수 있다.

줄이 사라지면 방문객뿐만 아니라 건설사에도 좋다. 건설사는 그동안 오픈 첫날이나 주말 등 특정일에 인파가 얼마나 몰릴지 가늠할 수 없어 아르바이트 등의 인력을 필요 이상으로 조달해 왔다. 예약 시스템을 도입하면 인력 조달을 비롯한 모델하우스 전반에 대한 관리를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게 된다.

A건설사 관계자는 “일부 건설사의 실수였거나 당연시하던 업계의 관행일 수도 있지만 잘못된 것은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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