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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팩메고 다니는 중국 스타 기업인 '레이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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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탄=남윤선 기자) 14일 오전 10시 20분께. 경기도 화성시 신라스테이 동탄의 로비가 분주해졌다. 전날 이 호텔에 묵은 레이쥔(雷軍) 샤오미 회장이 내려올 시간이 되서다. 기자는 이날 오전 레이 회장과의 인터뷰를 시도하기 위해 신라스테이 동탄을 찾았다.

레이 회장이 내려오기 전 수행원이 먼저 로비로 내려왔다. 흔히 생각하는 ‘비서실장’ 이미지는 아니었다. 안경을 쓰고 청바지를 입은 평범한 차림이었다. 기자 신분을 밝히자 굉장히 정중하게 “정말 죄송하다. 이번에는 인터뷰 계획이 없다. 다음 기회에 부탁한다”라고 말했다. 기자가 “걸어가시는 동안만이라도 인터뷰를 하겠다, 아니면 사진만이라고 찍겠다”라고 했지만 그는 “정말 죄송하다(非常道歉)”이라는 말만 반복했다.

그냥 돌아갈 순 없어서 엘리베이터 주위를 어슬렁 거리고 있는데 한 사람이 더 내려왔다. 검은 양복에 흰 셔츠, 노타이 차림이었고 한쪽 어깨에는 백팩을 두르고 있었다. “또 다른 직원인가” 싶어서 얼굴을 봤더니 바로 레이 회장이었다. 기자가 다가가자 성급히 다른 엘리베이터를 타고 다시 올라가 버렸다. 수행원이 다시 한번 “정말 죄송하다”를 반복하자 더는 버틸 수 없었다.

레이 회장은 실용적인 삶과 비즈니스 스타일로 유명하다. 이번에도 ‘비즈니스 호텔’ 급인 신라스테이에 머문 것이 화제가 됐다. 전용기를 이용하기는 커녕 엔지니어로 보이는 기술자 한명만 대동했고, 짐은 스스로 날랐다. 한국 기업인들과의 미팅에서도 인사치레 없이 바로 용건만 말하는 것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그는 대기업의 회장일 뿐 아니라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대표 자격도 갖고 있다. ‘인민의 대표’로 인정받는 기업인이라는 얘기다. 그는 이날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에서 전영현 메모리사업부장(사장)과 오찬을 한 뒤 중국으로 돌아갔다.

레이 회장은 지난 3년간 전자업계에 파격을 일으켰다. 스마트폰이 ‘범용 제품’이 될 것을 미리 간파하고 속칭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이 좋은 값싼 스마트폰을 만들어 세계를 놀라게 했다. 그는 특유의 기획력을 앞세워 각종 스마트폰 악세사리는 물론 전기자전거, 세그웨이, 드론 등 다양한 시장에 진출했다. 그러나 기술력의 한계와 무분별한 특허 도용으로 세계 시장 공략은 한계에 부딪쳤다. 오포 등 신생업체에게 밀려 중국 내 점유율도 점점 떨어지고 있다.

레이 회장의 방한 일정은 1박2일로 짧았다. 기자도 아주 잠깐 그를 봤을 뿐이다. 그러나 불필요한 접대나 의전을 신경쓰지 않는 모습은 한때 세계 전자업계를 뒤흔들었던 샤오미의 ‘파격’을 다시 떠올리게 했다. 이번엔 고급 메모리 반도체 모듈 구매를 위해 한국에 왔다고 한다. 이제까지보다 디자인이나 성능이 진일보한 ‘미노트2’의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레이 회장이 다시 한번 업계에 파격을 불러올 지 주목된다. (끝) /inkling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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