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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로 볼 수 없는 물…'물 사먹는 시대' 생수 시장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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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현 증권부 기자) 코웨이의 얼음정수기 일부 모델에서 암을 유발할 수 있는 니켈이 검출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매일 마시는 물에 대한 관심도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사실 요즘처럼 ‘물을 사먹는 시대’가 된 것은 생각보다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NH투자증권이 5일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에 생수를 처음 판매하기 시작한 것은 1988년이었습니다. 서울 올림픽에 참가하는 외국 선수들을 위해 생수를 제조하고 판매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정부는 올림픽이 끝난 후에 다시 생수 판매를 금지했습니다. 빈부격차에 따른 위화감 조성, 수돗물 정책 등을 이유로 들었다 하네요. 이후 생수 생산업체들의 반발과 국민의 권리를 침해한다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거쳐 1995년 ‘먹는물 관리법’이 제정되면서 생수가 다시 판매됐습니다. 이렇게 물을 사먹게 된 것이 불과 20년 정도 밖에 되지 않은 것입니다.

물 시장은 물을 만난 듯 급속도로 커졌습니다. 2000년대 1500억원 규모였던 국내 생수시장은 매년 10%가 넘는 빠른 속도로 성장했고 지난해 6000억원을 넘어섰습니다. 올해는 7000억원 규모로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업계에서는 2020년엔 1조원 규모 시장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시장이 커지면서 생수 종류는 다양해지고 생산 업체도 늘고 있습니다. 미네랄워터라고 불리우는 ‘광천수’부터 알카리 이온수, 탄산수, 그리고 최근에는 수소수, 빙하수, 해양심층수 등 프리미엄 생수들이 등장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생수 제조업체는 67개에 이릅니다. 점유율은 광동제약의 ‘제주 삼다수’가 단연 높습니다. 올 1분기 기준으로 제주 삼다수의 점유율은 45.7%에 이르렀습니다. 2위는 백산수(6.8%), 3위는 아이시스 8.0(5.2%) 순입니다.

무엇보다 생수 시장을 키운 요인에 대한 분석이 재밌습니다. 수돗물에 대한 불신, 건강에 대한 관심 증가가 주요 배경으로 꼽혔습니다. 온라인쇼핑 확산도 한몫했겠죠. 무거운 생수를 클릭 몇번으로 집앞까지 배달해주니까요. 눈길을 끄는 건 1~2인가구의 증가가 생수시장 성장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입니다. 1~2인가구의 경우 물 소비량이 많지 않아 정수기 렌탈 및 구입 비용대비 생수를 사먹는 것이 더 효율적이기 때문입니다. 실제 이런 흐름을 잘 활용해 한 유통업체가 기존 2ℓ의 생수 대신 1ℓ 생수를 출시했고 1년만에 매출이 5배 이상 성장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성장하는 시장에서 투자자들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 수출 물량을 늘려가는 기업들로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내 생수는 총 13개국으로 수출됐습니다. 총 수출액은 약 888만달러로 전년대비 41.9%나 증가한 규모입니다. 특히 중국과 미국향 수출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생수 수출액이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농심은 적극적으로 해외판로를 개척하고 있는 생수 관련 회사 중 하나입니다. 지난해 중국 백두산에 백산수 신공장(120만톤) 준공을 완료했습니다. 중국법인에 백산수전담조직을 신설하고 마케팅을 강화하면서 중국 시장 공략을 본격화 할 예정입니다. 롯데그룹도 중국에 진출한 롯데마트와 롯데백화점 등 계열사 유통망을 이용해 중국 진출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국내 점유율 1위인 제주 삼다수도 중국을 비롯한 일본, 인도네시아 등 28개국에 수출되고 있습니다. 올해는 중동과 유럽으로도 수출길을 넓혀갈 것이라 합니다. 수소수기를 생산하는 솔고바이오도 미국 등으로 해외 판로 개척에 나서고 있어 전문가들이 꼽는 ‘물 관심주’ 중 하나입니다. (끝)

오늘의 신문 - 2024.05.18(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