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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춤 배운 프랑스 어린이들 '날개 달고 공주 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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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무용단 '시간의 나이' 프랑스 공연 마스터클래스 가보니



(선한결 문화스포츠부 기자) 2015~2016 한국·프랑스 상호교류의 해를 맞아 한국의 여러 문화예술 작품이 프랑스를 찾았습니다. 무용 분야에선 국립무용단의 ‘시간의 나이’, 국립현대무용단의 ‘이미 아직’ 등이 프랑스 무대에 올랐죠.

동떨어진 문화적 맥락에서 살아온 외국 관객들의 마음을 얻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반면 이점도 있습니다. 관객들의 배경지식이 적다면 고정관념도 그만큼 덜할 수 있고, 새로운 문화를 소개한다는 점이 관객들의 흥미를 끌기도 합니다.

국립무용단이 프랑스 파리 샤요국립극장에서 지난 17~24일 연 이번 프랑스 공연은 이런 점을 십분 활용했습니다. 한국무용을 활용한 동작에 프랑스 문화를 접목한 무대를 선보였고, 관객들은 열렬한 커튼콜 박수로 화답했습니다. 현지의 무용 평론가 엠마뉘엘 부쉐는 “새로운 세상이 관객들 눈앞에 펼쳐졌다”며 “한국의 전통 춤사위와 유럽의 현대성이 잘 어우러진 무대”라고 평했죠.

첫번째 공연이 있었던 17일 극장을 나서는 프랑스 관객들은 그들의 눈에 새로워 보이는 한국 춤의 특징을 짚으며 신기해했습니다. 이런 춤을 만들어낸 한국 문화에 대해 더 알고 싶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국립무용단은 이런 프랑스 관객들과의 더 깊은 교류를 위해 공연 부대 프로그램을 마련했습니다. 관객들에게 약 2시간 동안 한국 춤을 가르치는 마스터클래스였는데요. 장현수 무용수의 ‘흥풀이’, 김미애 정길만 무용수의 ‘부채춤’, 이소정 박기량 무용수의 ‘춘앵무’ 등 세 가지 수업이 지난 18일 샤요국립극장 아틀리에 공간에서 열렸습니다.


어린이와 가족 관객을 위해 마련된 춘앵무 수업 현장은 활기로 가득했습니다. 이날 무용 선생님으로 나선 이소정, 박기량 무용수가 나눠준 흰색 한삼(전통 춤에 쓰이는 긴 소매)을 받은 프랑스 아이들은 신기한 날개가 생겼다는 듯 팔을 펄럭이며 즐거워했습니다.

“한국 궁중무용은 이렇게 한삼을 손목에 끼우고 무대에 섭니다. 옛날엔 왕의 앞에서 춤 출 때 손을 가리는 것이 예의였거든요.” 통역사가 무용수의 설명을 전달하자 방 곳곳에서 ‘아하~’ 소리가 나왔습니다.

이날 무용수들은 수업 참가자들에게 춘앵무의 기본 동작을 가르쳤습니다. 춤사위와 함께 한국 고유의 문화도 자연스레 소개하는 자리였습니다. 어린이들은 무용수가 전통 복장을 챙겨 입는 과정을 도우며 화려한 옷과 장신구에서 눈을 떼지 못했습니다. “한국 무용에선 무릎을 굽혔다 펴는 ‘굴신’이 중요하다”는 무용수의 설명엔 “급하게 억지로 움직이지 않고, 자연스러운 흐름을 중시하는 것이 특징”이라는 이야기가 뒤따르기도 했죠.


참가자들의 열의도 대단했습니다. 모두들 무용수 선생님의 동작 하나하나를 유심히 보고 따라했습니다. 말은 통하지 않아도 서로 교감하는 분위기였죠. 꽃잎이 떨어지는 것을 형상화한 동작을 연습할 때 학생들은 다들 어설픈 발음으로 ‘나콰-유스(낙화유수)’를 연신 읊조리며 팔놀림에 열중했습니다. 무용수가 “엉덩이를 씰룩거려보자”며 장구 장단에 맞춰 춤동작을 시연하자 교실 전체에서 웃음이 터지기도 했고요.

수업 막바지엔 학생들의 ‘나만의 춘앵무’ 발표가 있었습니다. 한삼을 새의 날개로 상상한 어린이, 한국의 공주가 된 것 같다며 우아한 표정으로 춤을 춘 어린이 등 다채로운 발표가 나왔습니다. 이소정 무용수는 이를 보고 “아이들의 상상력이 무한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평했고, 박기량 무용수는 “어른과 어린이, 한국과 프랑스 사이의 경계가 느껴지지 않는 시간이었다”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참가자들은 “춤 수업 덕분에 한국을 한층 더 가깝게 느끼게 됐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수업에 참여한 어린이 한 명은 “한국을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데, 수업을 통해 한국을 느낄 수 있어 마치 여행을 하고 온 것 같다”며 웃었습니다. 한 어른 참가자는 “공연만 봤을 때는 알아보지 못한 한국 춤 고유의 특징을 직접 배우고 느낄 수 있어 뿌듯했다”고 말했습니다. 문화는 언어가 다를 때도 마음을 통하게 하는 힘이 있는 것 같네요. (끝)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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