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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해튼 한식 푸드트럭 '코릴라'의 성공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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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이심기 특파원) “맨해튼에서 푸드트럭을 하는 모든 사람들의 꿈이죠.”

뉴욕에서 4대의 푸드트럭을 굴리는 데이비드 송씨는 2014년 10월 맨해튼 이스트빌리지에 자신이 만든 한식 푸드트럭 브랜드 ‘코릴라’를 간판으로 건 레스토랑을 냈다. 2010년 중고 푸드트럭을 개조해 사업을 시작한지 4년만이다. 매일 길바닥을 전전하면서 영업을 해야하는 푸드트럭 사업자들로서는 번듯한 ‘고정’ 사업장을 갖는게 성공의 척도다.

송씨가 처음부터 푸드트럭을 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 미국 명문 컬럼비아대에서 경영학과 수학을 전공하는 그는 졸업 후 월가에서 자리를 잡을 계획이었다. 하지만 2008년 6월 졸업후 3개월만에 당시 세계 4위 투자은행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으로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는 그를 예정에 없던 창업으로 몰았다.

그가 한식 메뉴로 푸드트럭을 내기로 한 건 한식이 세계인들의 입맛을 사라잡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봤기 때문이다. 대학을 다니면서 서양인 친구들과 코리아타운을 다니면서 한국 음식을 소개할 때 마다 “정말 맛있다. 도대체 어떤 음식이냐?”는 반응이 온 것이다. 그는 “미국사람들이 한국음식을 즐기지 않는 이유는 맵거나, 마늘이 들어가서 향이 진하기 때문이 아니다 그저 ‘몰라서 그렇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평소 음식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친구와 함께 중고사이트에서 3만 달러를 주고 푸드트럭을 산 뒤 이를 새로 개조해 ‘코릴라’라는 이름으로 2010년말 사업을 시작했다. 푸드트럭 면허를 빌리는데도 1만5000달러가 들었다. 차량 리노베이션과 보험, 요리기구까지 구입하면서 전 재산을 쏟아부었다. 송씨는 김치와 불고기를 넣은 타코로 서양인들이 거부감 없이 즐길 수 있는 한국식 바베큐 요리로 승부를 걸었다.

결과는 말 그대로 대박이었다. 창업 첫 날 준비한 350인분의 음식재료가 모두 팔렸다. 창업비용은 6만5000달러는 한 달도 채 안돼 모두 뽑았다. 맨해튼 미드타운의 샐러리맨들이 송씨의 트럭에서 나오는 달콤한 바베큐 향기를 맡고 몰려들면서 긴 줄이 늘어서기 시작했다. 입소문을 타고 번지면서 송씨의 ‘코릴라’에서 파는 한식 바베큐는 뉴요커들이 찾아서 먹는 요리가 됐다.

중고트럭 한 대로 시작한 사업이 대히트를 치면서 송씨는 5개월만에 트럭을 4대까지 늘렸다. 그해 송씨는 2011년 푸드트럭의 요리경진대회로 손꼽히는 밴디스 어워드 신인상까지 거머쥐었다.

송씨가 꼽은 자신의 성공비결은 한식의 브랜드화였다. 그가 만든 ‘코릴라’는 한국을 뜻하는 코리아와 바베큐를 뜻하는 그릴의 합성어어다. 푸드트럭 외관도 눈에 띄도록 화려하게 디자인하고 한국을 상징하는 호랑이 그림을 그려넣었다.

그는 “푸드트럭에 불과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브랜드를 세우고, 좋은 음식을 제공하면서 고객을 모으는 기본이 충실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트위터를 통해 자신의 푸드트럭이 언제, 어디서 영업을 하는지를 알린다. ‘코릴라’를 찾아서 오는 고객을 위한 서비스다.

맨해튼 샐러리맨들이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가격대의 메뉴를 내세운 것도 주효했다. 코릴라에서 파는 김치타코 등 주력메뉴의 가격은 7달러 안팎이다. 그는 “지갑이 얇은 직장인들이 점심 한 끼에 쓸 수 있는 돈이 얼마일까 생각했다”며 “10달러 이상은 받기 어렵다고 봤고 음식량도 다른 곳보다 많이 줬다”고 말했다.

그는 한 때 푸드트럭을 10대까지 굴렸지만 지금은 4대로 줄였다. 푸드트럭은 한 대당 5명씩 투입되는 독립 사업장이고, 식재료 구입부터 고객관리까지 품이 많이 드는 비즈니스라는 설명이다. 그는 푸드트럭 숫자를 맨해튼 동서남북을 구획으로 정해 영업할 수 있도록 4대로 줄였다.

그는 “푸드트럭은 움직이는 광고판”이라며 “돈을 주고 광고차량을 굴리려면 적어도 월 6만달러는 들지만 푸드트럭은 브랜드도 알리고 돈까지 벌어준다”고 말했다. 푸드트럭을 이스트빌리지에 연 레스토랑과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전략을 바꿨다는 설명이다.

송씨는 “뉴욕에만 줄잡아 2만5000개의 레스토랑이 있다”며 “푸드트럭 역시 치열한 생존경쟁이 벌어진다”고 말했다. 맨해튼 일대에 1500개에 달하는 푸드트럭이 제각각 특색있는 음식과 가격 경쟁력을 갖고 있고, 까다로운 입맛의 뉴요커를 사로잡지 못하면 수개월내에 도태될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게다가 뉴욕시 보건당국의 까다로운 규제도 받아야 한다.

코리안 푸드트럭의 성공신화로 잘 알려진 그는 “무엇보다 자신이 하는 일에 열정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음식을 푸드트럭에서 팔 수 있다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실현시키기 위해 2년 동안 요리학원도 다녔고, 미국 방송사 ABC의 음식 리얼리티쇼에 도전하기도 했다.

송씨는 “푸드트럭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지만 자신만의 브랜드를 세우고 알리는 것이 쉽지 않다”며 “한식이 뉴요커들사이에 인기를 끌면서 더욱 분발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끝) /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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