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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연설 무삭제판 보니.. ‘입당 러브콜’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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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우 정치부 기자) 20대 국회의 첫 교섭단체 대표 연설이 22일 마무리됐다. 사흘에 걸쳐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 순으로 이어진 연설에는 국정 현안에 대한 각 당의 다양한 입장이 언급돼 관심을 모았다.

대표연설에 주어진 시간은 국회법에 따라 딱 40분이다. 이런저런 주제에 대해 할 말이 많은 정치인들은 정해진 시간에 분량을 맞추기 위해 초고의 상당 부분을 잘라내야 하는 고민에 빠지게 된다.

안 대표의 경우 전날까지 80분 분량의 초고를 절반으로 줄여야 해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이른 아침 국회 안팎에서는 안 대표 원고의 초안이 일부 공개됐는데, 실제 연설에서는 적지 않은 내용이 빠졌다. 통편집된 부분 중 ‘국민의당-보수의 친구, 진보의 동료’라는 제목의 문단이 눈길을 끈다. 여야 의원들에게 사실상 ‘입당 러브콜’로 비쳐질 수 있는 내용이 들어있어서다.

공개된 원고에 따르면 안 대표는 “우리 국민의당이 어떤 정치를 할 것인지 묻는 분들이 있다. 국민의당의 정체성을 질문하기도 한다”며 운을 뗐다. 그는 “국민의당은 따뜻한 보수, 합리적 진보와 함께 열린 정치를 해 나갈 것”이라며 “일체의 주저 없이 협치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안 대표는 “국민의당은 따뜻한 보수의 친구가 될 것”이라며 “정의로운 보수, 공동체의 안위를 먼저 생각하는 보수, 땀 흘려 일하는 노동의 신성함을 존중하는 보수와 늘 함께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국민의당은 차가운 보수와는 단호하게 반대편에 서겠다”며 “수구적이고 부패한 보수, 공동체의 가치보다는 특정 개인과 집단의 이익을 우선하는 보수, 오직 자본의 논리에만 충실한 보수와는 같이 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안 대표는 또 “국민의당은 합리적 진보의 든든한 동료가 될 것”이라며 “이념을 주장하면서도 합리적 대안을 찾는 진보, 시장의 한계를 명확히 하면서도 순기능을 인정하는 진보, 분파보다는 통합을 모색하는 진보와는 늘 함께 하려 한다”고 적었다. 하지만 “국민의당은 닫힌 진보와는 분명하게 선을 그을 것”이라며 “대안 없이 이념만 주장하는 진보,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진보, 대의보다는 인연만을 강조하는 그런 진보와는 같이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안 대표는 “합리적 진보, 따뜻한 보수인 분들이 국민의당을 플랫폼으로 활용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경쟁은 정치인에게는 고통이지만 국민에게는 행복일 수 있다”며 “경쟁하는 정치를 함께 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국민의당은 따뜻한 보수와 합리적 진보와 같이 하는 데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과감하게 플랫폼의 리모델링에 나설 수 있다”면서 “먼저 플랫폼에 와 있다고 해서 이것이 기득권이 돼서는 결코 안 된다”고 했다. “안철수 독주 체제 아니냐”는 평가를 받아온 국민의당이 ‘판’을 키우기 위해 다른 당 의원들에게 합류를 적극 제안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최근 복수의 국민의당 의원들은 이른바 ‘개혁적 보수’나 ‘중도 진보’로 꼽히는 손학규 더민주 고문,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 등에 러브콜을 보내왔다. 안 대표가 이런 내용을 막판에 삭제한 이유가 단순히 시간 제약 때문인지, 혹은 정계개편 논의로 비칠 수 있는 오해를 막기 위한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초고에서 안 대표는 ‘제4의 길’이라는 표현을 써서 국민의당의 노선을 소개했다. “국민의당이 지향하는 제4의 길은 좌와 우를 아우르는 실용적 중도노선에 그치지 않는다”며 “보수와 진보가 함께 하면서도 보수는 진보적 가치를 찾아가고, 진보는 보수의 길을 탐색하는 역발상이 더해진 길”이라고 했다. (끝) /tardis@hankyung.com

오늘의 신문 - 2024.06.28(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