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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억 유로 날린 트레이더에 45만 유로 지급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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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이심기 특파원) 프랑스 소시에떼제네럴(SG) 은행이 ‘멘붕’에 빠졌다. 법원이 선물거래로 은행에 49억 유로의 손실 낸 트레이더를 해고한 것이 부당하다며 그에게 45만 유로를 지급하라는 판결을 한 것이다.

사건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발한 2008년 1월로 거슬로 올라간다. 당시 유럽주가지수 선물거래를 담당하던 31살의 트레이더 제롬 커비엘이 은행 몰래 대규모 포지션 거래를 했다가 49억 유로의 손실을 보는 역대 최악의 금융사고을 일으켰다. 당시 커비엘은 비인가된 컴퓨터를 이용해 주문을 내는 등 은행의 감시를 따돌리고 천문학적 액수의 거래를 한 것으로 경찰 수사결과 드러났다.

은행의 피해 규모는 1995년 파생상품 거래로 당시 영국 6위의 베어링은행을 파산시킨 닉 리슨 사건의 12억 달러의 4배에 달했다. SG은행도 이 사건으로 파산 직전 상태까지 몰렸으나 가까스로 위기를 수습했다. 대신 커비엘은 은행의 고소로 기소돼 2010년 문서위조 등의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아 3년형을 선고받았다.

반전은 2014년 출소한 커비엘이 자신의 해고가 부당하다며 재심을 청구하며서 시작됐다. 은행이 자신의 포지션 거래를 알고도 묵인했으며, 모든 책임을 자신에게 떠넘겼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은 것. 사건발생 직후 18개월간 수사당국이 범행 동기를 뒤졌으나 별다른 배후를 밝혀내지 못하고 커비엘의 단독 범행으로 결론을 내렸을 때도 비슷한 의혹이 제기됐다. 구멍가게도 아닌 프랑스를 대표하는 은행에서 일개 트레이더가 은행의 촘촘한 감시망을 피해 수십억 유로의 선물거래를 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

프랑스 노동법원은 지난 7일(현지시간) 커비엘의 주장을 받아들여 SG은행은 커비엘에 2007년 지급하기로 한 보너스 30만 유로와 부당해고에 따른 피해보상 15만 유로 등 45만 유로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외신들은 이번 판결은 SG은행이 당시 커비엘의 거래를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다는 점을 재판부가 사실상 받아들인 것이라며, 기존의 사실관계를 완전히 뒤집었다는 점에서 충격적이 판결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커비엘이 45만 유로를 당장 손에 쥐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SG은행이 즉각 항소방침을 밝혔기 때문이다. 은행측은 이번 판결에 대해 “그동안의 사실관계를 뒤집는 납득하기 어려운 판결”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이에 따라 역대 최악의 트레이더의 최상단에 이름을 올린 커비엘이 자신의 이름을 지을 수 있을지 여부는 앞으로도 험난한 법적 공방을 거쳐야 결론이 날 전망이다. (끝) /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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