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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 프로젝트'로 베니스비엔날레 초청된 최재은 작가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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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선한결 문화스포츠부 기자) “예술과 건축이 분쟁지역의 평화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했습니다. 생명의 힘으로 갈등을 극복하자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어요. 이 전시를 통해 세계인들이 비무장지대(DMZ)에 대해 알게 되길 바랍니다.”

‘2016 베니스 비엔날레 건축전’ 본전시 초청작가로 참여한 설치예술가 최재은 씨(63·사진)는 베니스 아르세날레 전시장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는 2012년 건축가 승효상 씨 이후로 베니스 비엔날레 건축전 본전시에 초청된 한국 작가입니다. 칠레 출신 건축가인 알레한드로 아라베나 총감독이 총괄하는 올해 본전시에는 37개국 88명의 예술가와 건축가가 참가했습니다.

최 작가는 강원 철원의 DMZ를 배경으로 구상한 설치 프로젝트의 축소판 ‘꿈의 정원’을 출품했습니다. DMZ에 길이 13㎞, 높이 3~6m의 공중보행로를 설치하겠다는 그의 계획을 일본 출신의 유명 건축가 반 시게루(59)가 200분의 1 크기 모형으로 만들었습니다.

전시장에서는 흙냄새가 납니다. 흙 바닥 위에 놓인 보행로 모형 주변에는 인조 대잎을 붙인 대나무 막대를 여럿 꽂아놓았습니다. DMZ에 최고 30m 높이까지 자라는 왕대나무를 심어 보행로를 지탱하겠다는 작가의 계획을 드러냅니다. 간담회에 동석한 시게루는 “건축 재료로 콘크리트를 쓰는 대신 단단한 대나무를 썼다”며 “힘의 억지 개입이 아닌 자연적 조화가 평화를 가져올 수 있음을 상징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전시장 벽면에는 DMZ 관련 사진 자료가 담긴 두 편의 영상이 나란히 송출됩니다. 제목은 ‘불과 시간’입니다. 전쟁과 분단에 관한 자료 영상이 DMZ의 아름다운 자연 풍경과 대조를 이루죠. 보행로 맞은 편에는 프로젝트 기획안, 비무장지대에서 가져온 철책선, 정전협정 자료 등을 아카이브로 전시했습니다.

이날 최 작가는 “이 프로젝트를 실제로도 구현할 계획”이라며 ”대나무 10그루를 전남 담양에서 옮겨와 경기 수원에서 기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DMZ의 기존 식생 자리에 이식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그는 “그리 큰 규모가 아니므로 기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며 “생명을 덜어내는 것이 아니라 더하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온난기후에서 자라는 왕대나무가 추운 중북부 고원지대 철원에 적응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기자의 질문에 최 작가는 “현실적으로는 어려울 수 있지만 새로운 것을 상상하는 것이 예술가의 몫”이라며 “철원보다 위도가 높은 일본 아오모리에서도 대나무가 자란다는 점을 고려하면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본다”고 답했습니다. (끝) /always@hankyung.com

오늘의 신문 - 2024.05.01(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