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性속의 경제史

뒷말 나오는 KB금융의 前 경영진에 성과급 지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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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금융부 기자) 지난달 ‘청와대 낙하산 감사’ 논란으로 홍역을 치렀던 KB금융그룹이 시끌시끌합니다. “KB금융의 경영 전반을 견제하고 감시할 자리에 금융권 경험이 전혀 없는 청와대 출신을 앉히는 건 전형적인 낙하산 인사”라는 야당 등의 비판에 상임감사위원 내정은 철회됐지만 이번에는 과거 물러난 경영진에 대한 성과급 지급이 문제가 됐습니다.

성과급 지급 대상은 2014년 주전산기 교체를 둘러싼 내분으로 금융당국의 징계를 받고 물러난 임영록 전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 사외이사와 갈등을 겪고 금융당국의 경고 조치를 받은 어윤대 전 KB금융 회장입니다. 지난달 KB금융은 사외이사로 구성된 평가보상위원회와 이사회를 거쳐 전 경영진에게 밀린 성과연동주식을 포함한 성과급을 주기로 결정했습니다. 적게는 수억 원에서 많게는 수십 억원에 달하는 규모입니다.

KB금융 노조는 이 소식이 알려지자 바로 사내 게시판에 성명서를 냈습니다. “KB금융 위상에 심각한 타격을 입히고 제대로 된 책임 경영을 하지 못했는데도 거액의 성과급을 지급하는 건 말이 안 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통념상 성과급은 개인이나 집단이 수행한 업무 성과를 평가해 그 결과에 따라 지급하는 보수이기 때문에 KB금융의 신뢰를 실추시킨 경영진에게는 적합하지 않다는 논리였습니다. 금융당국이 금융회사에 성과연봉제 도입을 압박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 경영진에 대한 성과급 지급은 2만여 직원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일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시민단체 경제개혁연대도 논평을 내고 “경영진의 비윤리적 행위, 법률 위반, 손실 발생 등의 경우 변동보상액을 환수할 수 있도록 내부 규정을 두고 있는 데도 KB금융이 지배구조의 건전성을 훼손하고 금융당국의 제재를 받은 전 경영진에게 성과급의 상당 부분을 지급하는 게 적절한지 의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KB금융 이사회가 법 형식 논리 뒤에 숨은 채 주주로부터 위임 받은 재량적 판단의 권한과 책임을 스스로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덧붙였습니다.

KB금융 입장에서는 이런 비판과 지적이 억울한 측면도 있다고 합니다. 임 전 회장은 ‘KB 사태’의 책임을 물어 장기·단기 성과급은 모두 주지 않지만 3년 임기를 마친 사장 때 성과급만 지급하는 것이라는 해명입니다. 사장 때는 성과급 취소에 해당하는 중대한 사유가 없다는 이유에서죠.

이 전 행장은 임 전 회장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수위가 낮은 문책적 경고를 받았기 때문에 50%의 단기 성과급만 줬다는 것이고요. 어 전 회장은 금융당국에서 주의적 경고라는 경징계를 받은 데다 사외이사와의 마찰에서 직접적인 행위 당사자가 아니라는 것을 성과급 지급 배경으로 들었습니다.

KB금융 관계자는 “이미 작년에 마무리됐어야 하지만 여론 등을 고려할때 결정을 내리기 어려워 올해로 넘긴 것”이라며 “또 사외이사 교체 등이 이뤄졌던 당시 상황에서는 전 경영진에 대한 성과급 지급 보다 지배구조 안정화가 더 큰 과제였다”고 설명했습니다. 여기에 “더 이상 성과급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미룰 수 없는 데다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았을 때 법적 분쟁의 소지가 있어 내규와 외부 법률 검토를 거쳐 결정했다”고 전했습니다.

이와 관련 복수의 금융권 관계자들은 “일부 사외이사가 끝까지 성과급 지급에 대해 문제 제기를 했지만 결국 안건 그대로 성과급을 지급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성과연봉제 도입 등으로 노사가 대립하고 있는 상황인 점을 감안하면 이번 성과급 지급이 비록 법적인 문제는 없더라도 분명히 눈에 보이지 않은 ‘정서법’에는 반하는 결정일 수 있다”고 지적하더군요. 아직도 ‘KB 사태’ 여파가 여러 형태로 KB금융에 남아있는 듯 합니다. (끝)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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