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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性속의 경제史) 춘화와 일본 부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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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억압 적절히 해소
해학으로 절제·기교 표현 … 부세화는 과장묘사 천편일률

(정화담·성풍속연구가) 단원 김홍도의 그림에는 그것이 비록 춘화라 하더라도 분명 해학이 있다. 노승이 처녀와 노는 장면은 지난회에 소개를 했듯이 해학으로 가득차 있다. 처녀이기는 하지만 노승을 끌어당기는 수작에서만큼은 결코 누구에게도 떨어지지 않는다. 단원은 조선 후기 최대의 풍속화가다운 절제와 기교가 엿보인다.

단원에 관한 재미있는 이야기중 하나는 비슷한 시기에 일본에서 유행한 부세화(우키요에)가 바로 단원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주장이다. 언젠가 작가 이영희씨는 일본 부세화의 원조로 일컬어졌던 정체불명의 화가가 바로 단원 김홍도라는 주장을 내세운 바가 있는데 실제로 상당수의 부세화들은 단원 김홍도의 그림과 별반 다를 것이 없는 그림적 요소를 보여주고 있어 관심을 끌기도 했다.

작가 이영희씨는 여러가지 정황적 증거들을 대기도 했지만 김홍도가 일본 부세화들에 얼마나 영향을 주었는지를 오늘날 추적한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다만 일본의 부세화들은 김홍도의 그것과는 달리 노골적인 묘사와 지독한 최음적 화법으로 구성되어 있다.

오늘날 일본 부세화들은 세계적 관심을 끌고 있는데 이는 현대에 들어서만의 일은 아니고 일본의 개항과 동시에 일본 열기를 조성한 다양한 일본 연구중의 하나였다. 네덜란드인등 유럽의 상인들은 일본의 춘화들을 대량으로 유럽으로 실어날랐었다. 당시 일본의 대표적인 수출품이었던 도자기들은 춘화를 그린 종이들로 포장을 했다.

단원이 일본 부세화의 원조든 아니든 단원의 그림들은 우리시대의 작가들에게도 많은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본다. 필자는 단원에 버금가는 우리시대의 해학을 꼽으라면 단연 고인돌을 창조한 박수동을 든다. 박수동의 그림들은 노골적이되 결코 저질스럽지 않다. 단원을 능가하는 골계미학을 박수동은 보여주고 있다.

만일 그의 그림을 두고 최음적 기능을 떠올린다면 이는 착각이다. 박수동의 그림들은 성냥개비에 잉크를 묻혀 그려간 그의 굵고 거친 선으로 우리시대의 단순성 복잡성을 잘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

단원의 그림들도 마찬가지의 범주로 설명이 될 것이다. 우선 그의 그림은 지독한 사실 묘사를 보여주고 있으되 그 그림들을 최음적 기능으로 보았던 사람은 없을 것이다. 오히려 해학적 기능, 즉 성의 억압을 적절히 해소하고 파안대소하게 만드는 그런 힘을 갖고 있다. 바로 그것이 단원의 힘이요 단원이 추구하는 바였다.

단원에 반해 일본의 부세화들은 상당한 목적의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일본의 춘화들에서 가장 특징적인 면을 꼽으라면 단연 성기묘사의 과장에 있다. 굵은 팔뚝만한 남자들의 성기는 혈관이 울퉁불퉁 용솟음치도록 계획적으로 그려져 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곧장 그 한곳으로 끌어당기고 있다. 남자의 성기가 지나칠 정도로 과장되어 여자의 그곳으로 돌진해 들어가는 것은 일본 부세화의 천편일률적 패턴이다.

오늘의 신문 - 2024.05.20(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