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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돈(KPW)' 10조원은 '남한돈(KRW)'으로 100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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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현 증권부 기자) 지난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코스닥 상장사 상아프론테크의 신주인수권행사 관련 공시가 떴습니다. 신주인수권 행사주식수 누계와 일별 행사 내역 등을 표기했습니다. 그런데 마지막 부분 신주인수권증권 잔액이 좀 이상했습니다. 신주인수권증권 잔액 화폐단위가 ‘KPW’이었고 숫자는 1 뒤에는 ‘0’이 13개 붙었습니다. KPW 뒤엔 North Korean Won이라고 돼 있었습니다. 북한돈으로 10조원이라는 겁니다.

KPW는 Korean People’s Won의 약자입니다. 사전을 찾아보면 KPW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서 통용되는 화폐로, 1원은 100전에 해당한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중앙은행이 발행한다.’고 설명돼 있습니다. 한국 돈은 KRW라는 약자로 씁니다. 원화의 영어표기인 Korean Won을 줄인 것입니다. P와 R을 헷갈리고 기계적으로 거기 North Korean Won이라고 덧붙여서 나온 실수일까요. 실수로 보이지만 이해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다행히 하루만인 지난 3일 ‘기재정정’ 공시를 통해 수정이 됐습니다. 신주인수권증권 잔액 화폐단위는 ‘KRW’로 고쳐졌습니다. 대신 신주인수권증권 잔액 권면총액 숫자는 ‘0’이 3개가 떨어져 나가 100억원이 됐습니다.

지난해 연말엔 롯데알미늄이 분기보고서에 신동주 일본 롯데 부회장을 그룹 회장이라고 기재했다가 뒤늦게 수정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었죠. 이런 어이없는 실수 외에도 상장사들이 공시 내용을 정정하는 경우는 많습니다. 최근 일주일 간 올라온 정정공시만 해도 80건이 넘습니다. 특히 분기, 반기, 사업보고서 등 정기보고서의 정정공시는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사업보고서는 해당 회사의 경영 및 재무현황을 알려주는 가장 중요한 문서입니다. 담당자나 회사의 실수라고 해도 잘못된 정보로 투자자들이 손실을 볼수도 있습니다. 4월 들어서도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정정해서 올리는 기업들이 간혹 보입니다.

단순기재 정정도 있었지만 주요 내용을 변경하거나 누락된 내용을 새로 작성한 회사들도 있습니다. 한솔테크닉스의 경우 종속기업의 내부거래 제거 총 매출액이 기존 3204억3070만원에서 1409억2221만원으로 수정한다고 공시했습니다. 당기순이익이도 58억3847만원에서 48억7131만원으로 줄었습니다. 파루는 이달 채무증권 발행실적, 회사채 미상환 잔액, 타법인 출자 현황 등 주요 재무정보를 누락했다가 정정했습니다.

공시는 기업이 주주들과 소통을 하는 공식적인 창입니다. 크든 작든 정정공시가 반복되면 그간의 신뢰는 무너질 수 밖에 없습니다. 회사와 공시 담당자들의 더 신중한 접근과 꼼꼼한 점검이 필요합니다. (끝)

오늘의 신문 - 2024.05.18(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