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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중재산업 문턱 여전한 한국에 노하우 전달나선 홍콩국제중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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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엽 지식사회부 기자) 국내 대기업의 해외사업 계약담당자인 A씨. 계약이 거의 마무리 단계가 됐을 즈음 회사 경영진으로부터 계약 이행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를 대비해 국제중재 조항을 반드시 삽입하라는 전화를 받게 됩니다. 사내 법무팀에 문의를 했지만 국제중재에 지식이 전무한 사내 변호사들은 뚜렷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합니다.

사업 목적을 달성하고 회사의 정책을 준수하면서도 회사 입장에 가장 유리한 중재 조항 작성... ‘미션 임파서블’이 따로 없어 보입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에 대한 해결책 제시를 위해 국제중재 전문가들이 지난달 20일에 모여 중재 조항에 대한 모의 협상을 진행하고 실전에서 응용할 수 있는 계약 작성 기술과 협상 전략에 대하여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홍콩국제중재센터(HKIAC)는 지난 20일 종로구에 위치한 서울국제중재센터에서 ‘중재 조항 협상 워크숍’을 열었습니다. 워크숍에는 70여명의 사내변호사 및 계약 담당자 그리고 로펌의 국제중재 전문 변호사들이 참여했고, 서울대 로스쿨의 벤자민 휴즈 교수 등이 모의 협상가로 참여해 중재지 및 중재법, 중재인의 수, 중재규칙, 중재조항의 범위 등 중재조항 작성시 고려해야 할 이슈들에 대해 활발한 토론이 벌어졌습니다.

해외 시장에 진출하는 한국 기업이 많아지면서 이들이 외국 기업과 겪는 법적 분쟁 또한 증가하는 추세인데요. 분쟁이 생길 때마다 소송이 아닌 중재 방식으로 신속하게 해결하는 국제중재 시스템이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중재센터를 통해 결정된 사안은 법에 의한 판결과 같은 법적 효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홍콩은 일찍이 이러한 국제중재 시장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50년 전 정부의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국제중재의 허브로 자리 잡았습니다. 홍콩국제중재센터는 2015년 영국의 한 대학 조사에 따르면 전세계에서 가장 선호되는 국제중재센터 3위에 선정되었습니다. 아시아에서는 1위입니다.

21일에는 홍콩국제중재센터의 치안 바오 사무총장이 ‘중재판정부의 선정’을 주제로 강연을 했습니다. 치안 바오 사무총장은 홍콩국제중재센터가 그 어느 중재기관 보다 사법적인 독립과 공정성을 보장한다며 “홍콩국제중재센터만큼 폭넓고 전문화된 법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중재기관은 아시아에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이번 방문을 통해 홍콩국제중재센터의 노하우를 공유하고 서울국제중재센터와의 비즈니스 관계도 더욱 확고히 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며 향후 서울국제중재센터도 홍콩국제중재센터와 같은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을 덧붙였습니다.

치안 바오 사무총장의 자신감은 아직 걸음마 단계인 한국 국제중재 시장에도 시사해주는 바가 큽니다. 한국은 13년 서울국제중재센터를 설립하는 등 중재산업 육성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아직 기대만큼의 결과물을 얻지 못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중국 경제의 부상으로 관련 기업자문 수요가 늘어나면서 중국이 아시아의 새로이 떠오르는 국제중재지로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기존 강자와 신흥 강자 사이에서 국제중재라는 커다란 먹거리를 뺏기지 않기 위해 한국은 좀 더 분발을 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국제중재산업의 발전은 정체기에 진입됐다고 평가 받는 한국 법률시장의 돌파구가 될 수 있습니다. 중재조항을 필요로 하는 국제사건의 계약 단계에서부터 변호사들이 개입하고 관련 사안에 대한 인식이 제고된다면 한국 변호사들의 활동 영역은 더욱 늘어날 것입니다. (끝) / ls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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