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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로마 위용에 놀라고…중세마을 풍광에 반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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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스페인 세고비아

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는 워낙 축구가 유명한 지역이어서인지 여행지로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마드리드 인근 세고비아로 여행을 떠난다고 했을 때 스페인을 제법 다녀본 지인들은 한결같이 물었다. “왜 세고비아야, 바르셀로나가 아니고?” 세고비아엔 바르셀로나에 비해 명소가 별로 없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중세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세고비아의 매력에 빠지면 쉽게 헤어나오지 못한다. 빼어난 건축물과 잊을 수 없는 별미가 있는 근사한 소도시 세고비아로 떠나보자.

로마의 고대와 스페인의 중세가 함께 머물다

마드리드에서 북서쪽으로 80㎞ 남짓, 기차로 한 시간이면 닿을 수 있는 세고비아는 로마와 스페인 역사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도시다. 에스파냐 민족의 발상지인 카스티야 왕국의 수도였으며 기원전 1세기에는 로마의 식민지였기 때문이다. 세고비아는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백설공주’에 등장하는 성을 그릴 때 영감을 줬다는 알카사르 성과 로마시대 수도교, 500년 전에 지은 대성당, 도시를 수놓는 아름다운 골목길까지 중세시대의 주요한 건축물이 모여 있다.



세고비아 여행은 높이 30m, 길이 728m에 달하는 로마 수도교에서 시작한다. 도시로 물을 공급하기 위해 만든 로마시대 최초의 수도교로, 아치형의 조형미가 빼어나다. 회반죽, 석고 등의 접착제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오직 돌만으로 쌓아올렸다니 절로 감탄이 나온다. 거대한 수도교는 마치 세고비아의 정문처럼 당당하다. 2000년 전 로마시대에 만들어졌다고는 믿어지지 않는 이 완벽한 수도교는 1985년 유네스코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최초’라는 타이틀을 제외하고도 완벽한 건축미와 웅장함에 여행객은 시선을 떼지 못한다.

로마 수도교의 거대함에 감동했다면 이제 작은 마을을 천천히 둘러볼 차례다. 동서남북 30분만 천천히 거닐어도 중세도시의 고즈넉함에 매료된다. 막다른 골목이라도 괜히 한 번 들어가고 싶을 정도로 모든 골목이 다채롭다. 창틀에 놓여 있는 화분과 골목에 무심하게 기대어 놓은 자전거, 아기자기한 창문까지 마을 주민의 평범한 일상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다.

미로 같은 골목을 20분 정도 천천히 걷다 보면 세고비아 대성당이 나타난다. 1527년에 지은 이 아름다운 건축물은 가장 높은 첨탑이 105m에 달한다. ‘대성당 중의 귀부인’이라고 불릴 만큼 우아하고 세련된 자태를 뽐낸다. 여느 유럽의 대성당처럼 내부는 개방돼 있지만 종교건축물인 만큼 발걸음 소리, 카메라 셔터 소리도 조심해야 한다. 성당을 세운 지 300년이 지나선 건축물의 일부가 박물관으로 개조됐는데 종교화와 공예품 등 500종 이상의 전시품을 관람할 수 있다. 500년 역사를 지닌 대성당에서 만나는 귀한 예술품은 파리의 루브르박물관 부럽지 않다.



마요르광장에서 만나는 일일장터

세고비아를 찾는 사람은 대부분 당일치기 여행객이다. 주변 대도시에서 세고비아로의 나들이를 계획한다면 목요일에 가보는 게 좋다. 세고비아 대성당 앞 광장에서 목요일마다 장터가 열리기 때문이다. 여행 중 일일시장을 만나는 것만큼 흥분되는 일이 있을까. 벼룩시장에서는 중고서적과 LP판, 골동품들이 오래된 향기를 내뿜는다. 신선한 육류와 생선, 채소를 사가는 즐거움은 마을주민의 몫이다. 나는 대신 오렌지 3개를 봉투에 담으며 아쉬움을 달랬다.

스페인 세고비아에 왔으면 꼭 맛봐야 할 음식이 있다. 이제는 관광요리로 불리는 새끼돼지구이(코치니요 아사도)다. 여행 예능 프로그램 ‘꽃보다 할배’를 통해 소개된 이후, 그 맛이 궁금해 세고비아를 찾는 한국인 여행객이 두 배 이상 늘었다고 한다. 방송에 나온 레스토랑은 한국어 메뉴판을 따로 구비했고 웨이터는 한두 마디의 한국말을 건넬 정도로 한국 여행객에게 친절하다.



세고비아 지방에서 꼭 먹어야 할 음식이지만 의무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 통돼지 바비큐에 익숙한 한국인에게 두 뼘 남짓한 새끼돼지는 다소 충격적으로 다가올 수 있기 때문이다. 새끼돼지를 통째로 먹는 것이 부담스러우면 통돼지가 아니라 1인분을 따로 주문해 먹으면 된다. 다만 쟁반에 돼지꼬리가 달린 뒷다리 한쪽이 왔다 해도 놀라지 마시길.

코치니요의 핵심은 바삭한 껍질에 있다. 윤기가 흐르는 껍질은 비스킷처럼 바삭하다. 낮은 불에서 천천히 구워내 촉촉하게 속을 익힌 뒤 센 불로 껍질을 바삭하게 만든다. 진한 향이 코에 먼저 닿고 한입 베어 물면 잘 구워진 껍질과 촉촉한 육즙이 입안에서 한데 어우러진다.

이하람 여행작가 skyharam222@gmail.com

여행정보- 매년 5~6월엔 수도교 광장서 서커스 등 다양한 축제

마드리드에서 세고비아로 가려면 버스터미널(지하철 3, 6호선 Moncloa역)에서 세고비아행 버스를 타고 가면 된다. 2시간 정도 걸린다. 렌페(Renfe) 기차역에서 세고비아행을 타면 더 빠르게 갈 수 있다. 일반열차로는 1시간40분이 걸리고 고속열차를 타면 30분이면 도착한다.

자유여행이 부담된다면 마드리드에서 떠나는 세고비아 당일투어 상품을 이용할 수 있고 근교도시 톨레도까지 하루 동안 모두 둘러보는 여행상품도 있다. 매년 5, 6월엔 세고비아 수도교 광장에서 인형극, 서커스 등 다양한 축제가 연이어 열린다.

오늘의 신문 - 2024.05.06(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