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바로가기

뉴스인사이드

'모차르트 고향' 잘츠부르크, 봄의 멜로디에 취하다

글자작게 글자크게 인쇄 목록으로

클래식 선율 흐르는 오스트리아 '음악 도시'

게트라이데 거리엔 모차르트 숨결이 흐르고
베르펜 마을선 세계 최장 얼음동굴의 유혹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무대 미라벨정원엔 도레미송이



하얀 구름을 비켜나니 눈 덮인 광활한 산맥이다. 깎아지른 듯한 절벽과 녹음 우거진 장대한 계곡, 산으로 둘러싸인 호수들이 파노라마처럼 이어진다. 바람과 새 소리에 높은 음조의 목관악기들이 끼어든다. 산과 마을, 호수가 어우러지는 아름다운 풍광을 비추던 카메라는 푸르고 너른 한 언덕을 향해 점점 다가간다. 처음엔 조그만 하나의 점처럼 보이던 사람의 모습이 점차 커지고 오케스트라의 음악 소리도 고조된다. 마침내 화면 가득히 잡힌 검정 옷 차림의 금발 여성. 두 팔을 한껏 벌려 가뿐히 한 바퀴 돌면서 노래를 부른다. “더 힐즈 아 어라이브 위드 더 사운드 오브 뮤직~(The hills are alive with the sound of music~).”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1965년)의 첫 장면. 수련 수녀 마리아는 바람과 새, 나무와 숲의 부름에 시도 때도 없이 수녀원을 뛰쳐나와 이곳의 자연 속에 파묻혀 노래한다. 어릴 때부터 유럽 곳곳으로 연주 여행을 다닌 천재 음악가 모차르트는 그가 본 사랑스런 지역 중 어떤 장소도 이곳의 아름다운 자연에 비견할 수 없다고 했다. 바로 ‘사운드 오브 뮤직’의 주 촬영지이자 모차르트의 고향인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다.

잘츠부르크는 도시 이름이자 오스트리아의 주(州) 이름이다. 도시 인구는 15만명. 주까지 합하면 약 80만명이 산다. 도시 양 옆으로 알프스 산맥의 동북부 지류인 호에타우에른 산맥의 줄기가 뻗어 있고, 한가운데를 잘자흐 강이 유유히 흐른다.

마리아와 모차르트를 매혹시킨 잘츠부르크는 바로크·고딕·로코코 양식의 옛 건축물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고풍스런 도시와 근교의 아름다운 마을과 자연을 아우른다. 알프스 산맥의 험준한 산세부터 아름다운 호수마을을 지나 유네스코 세계문화지구로 지정된 옛 도심까지 ‘마리아·모차르트와 함께하는 잘츠부르크 여정’을 소개한다.

◆잘츠캄머구트·베르펜 마을

항공편으로 낮에 잘츠부르크 공항에 도착한다면 착륙을 준비할 즈음 비행기 창문 밖을 내다보는 게 좋다. 알프스 산맥의 고산 준봉과 가파른 V자 계곡, 골짜기를 흐르는 강과 산중 호수들…. ‘사운드 오브 뮤직’의 첫 장면이 절로 떠오른다.



공항에서 마주친 풍경은 여정 내내 어디서나 볼 수 있는 ‘4월의 잘츠부르크’ 모습이었다. 근경(近景)엔 푸른 들판이나 언덕, 중경(中景)엔 녹음이 점점 짙어지는 울창한 산, 원경(遠景)엔 높은 설산이 어우러졌다. 잘츠부르크 관광청 관계자는 “5월 말까지 높은 산악지대엔 스키를 탈 수 있을 만큼의 눈이 남아 있다”고 했다.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와 다시 동쪽으로 20여분쯤 차로 가다 보면 잘츠캄머구트에 들어선다. 알프스 빙하가 녹아 76개의 호수가 형성된 지역이다. 이중 시내와 가까운 푸슐·볼프강·몬트가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3대 호수다.

볼프강 호수 동쪽 끝인 스트로블 마을에서 서쪽 끝인 장크트길겐 마을까지 유람선을 탔다. 호수를 끼고 형성된 마을마다 그림 같은 풍경을 빚어냈다. 영화에 담긴 모습 그대로다. 찰칵찰칵 관광객들의 카메라 셔터 소리가 끊일 줄 몰랐다.

장크트길겐은 모차르트의 어머니인 안나 마리아의 고향이다. 달력 사진으로 나올 만한 동화 속 예쁜 마을이다. 생가 외벽에는 모차르트 못지않은 음악의 천재였던 누나 난널과 안나 마리아의 초상화가 큼지막히 걸려 있다.

인근에 모차르트가 연주 여행을 떠날 때마다 어머니가 만들어줬다는 케이크를 파는 ‘모차르트 케이크’ 카페가 있다. 케이크 맛이 무척 달다. 아들이 오래 먹을 수 있게 수십 일이 지나도 상하지 않게 만들었다는 ‘모차르크 케이크’의 비밀은 단맛에 있지 않았을까 싶다.

몬트호수 마을에는 영화 속 마리아와 폰 트랩 대령이 결혼식을 올린 성 미하엘 교구 성당이 있다. 결혼식에서 울려 퍼졌을 18m 길이의 파이프 오르간과 합스부르크 왕가의 상징인 황금빛 벽, 그 벽을 따라 자리한 각양각색의 조각상들이 인상적이다.

‘도시 잘츠부르크’로 입성하기 전 마지막으로 소개할 곳은 세계 최장(45㎞)의 얼음동굴이 있는 베르펜 마을이다. 도심에서 남쪽으로 40~50분쯤 차로 가다 보면 왼쪽에 우뚝 솟은 호엔베르펜 요새가 나온다. 독수리 사냥 시범으로 유명한 관광 명소다. 이곳에서 굽어보이는 아름다운 마을이 베르펜이다. 베르펜 마을 뒤편은 그야말로 푸른 언덕이다. 이곳에서 마리아가 처음 등장하는 헬리콥터 촬영 장면과 ‘도레미송’ 첫 장면을 찍었다. 마리아가 기타를 치며 도레미송을 아이들에게 가르칠 때 뒷 배경에 등장하는 요새가 호엔베르펜이다. 한여름에도 겨울 외투를 입어야 한다는 얼음동굴을 구경하려면 개방 시즌(5월1일~10월26일)에 맞춰 가야 한다.

◆논베르크 수녀원

다시 영화 첫 장면. 베르펜 마을 언덕에서 뛰놀던 마리아는 종소리가 들리자 황급히 뛰어 내려간다. 목적지는 논베르크 수녀원. 잘츠부르크 시내 어디서나 보이는 호엔잘츠부르크 성채와 거의 맞닿아 있다. 영화에선 마리아가 10여분 만에 주파해 도착하지만 실제로는 베르펜 역까지 걸어 내려와 기차를 타고 잘츠부르크 중앙역에서 내린 뒤 논베르크 수녀원까지 걸어가면 두 시간 가까이 걸리는 거리다.



이 수녀원은 대주교가 다스리는 중세 특유의 ‘교회적 도시국가’ 잘츠부르크의 시작을 알리는 역사적인 곳이다. 696년 독일 바이에른 영주로부터 잘츠부르크로 발령받은 루페르트 주교는 714년 영주의 부탁으로 귀족 출신 부인들을 위해 수녀원을 세웠다. 알프스 북부 지방에서 가장 오래된 여성 종교시설이라고 한다. 수녀원은 1423년 대화재로 소실됐다. 그 기초 위에 1463년부터 다시 짓기 시작해 1507년 완공된 건물이 지금의 수도원이다. 건물에 우뚝 솟은 로마 양식의 자주색 탑이 인상적이다.

수녀원 내부는 봉쇄구역이어서 외부인들이 들여다볼 수 없다. 폰 트랩 대령과 일곱 아이들이 있는 집의 가정교사로 가게 된 마리아가 옷가방을 든 채 열고 나왔던 정문은 굳게 닫혀 있다. 다만 수녀원 묘지와 부속 교회는 구경할 수 있다. 마리아와 대령 가족이 나치의 추격을 피해 숨어들었던 장소다. 실제로 이곳은 정치 망명자들의 도피 장소로서 경찰이나 군인들이 출입할 수 없었다고 한다.

◆소금 팔아 지은 대성당…모차르트 생가

루페르트 주교는 인근 소금 광산을 개발해 중세시대 백금으로 불린 소금을 대량 생산하고 유통했다. 이전까지 ‘주바붐’이었던 도시는 이 시점부터 ‘소금성’이란 의미의 잘츠부르크로 불리며 번성의 길로 들어섰다. 이후 부임한 대주교들은 소금으로 축적한 부를 바탕으로 호엔잘츠부르크 성채가 우뚝 솟은 뮌히스산과 잘자흐 강 사이에 대성당과 주교관(레지던츠), 성베드로 교구청, 프란체스카 성당 등 후기 고딕과 바로크 양식의 아름다운 건축물들을 세웠다. 그 안팎은 화려하고 예술적으로 뛰어난 조각상과 미술품들로 꾸몄다. 이렇게 형성된 옛 도심은 아직도 과거 모습을 거의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교황이 사는 로마를 대주교들이 동경해서였을까. 옛 도심을 거닐다 보면 ‘북쪽의 로마’로 불린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딱 로마풍이다. 마리아가 대령의 집으로 가는 길에 물을 튀겼던 레지던츠 광장 분수도 전형적인 ‘로마 스타일’이다.

여기서 모차르트가 태어나고 자랐다. 잘츠부르크의 가장 번화한 쇼핑가인 게트라이데 거리에 있는 진한 노란 색 건물이 그의 생가다. 이 건물 3층, 방 세 칸으로 이뤄진 아담한 집에서 1756년 1월27일 태어나 17세인 1773년까지 살았다. 모차르트기념관으로 사용되는 이곳에는 그가 사용한 침대와 바이올린, 가족 초상화, 편지 등이 전시돼 있다.

생가에서 나와 대성당까지 5분 정도 걸었다. 그가 걸었던 때와 크게 달라진 게 없는 거리를 걷는 감회가 새로웠다. 대성당에 들어서면 모차르트가 연주한 파이프오르간과 마주한다. 성전 기둥마다 파이프오르간들이 장식처럼 배열돼 있는 게 독특했다. 모차르트가 유아영세를 받았다는 700년 된 성수함도 볼 수 있다.

대성당 옆 레지던츠 광장을 지나면 모차르트광장 한복판에 모차르트 동상이 서 있다. 동상 밑엔 분명 ‘MOZART’라 쓰여 있지만 동상을 바라본 순간 드는 생각은 “모차르트 맞아?”였다. 모차르트는 150㎝ 단신에 깡말랐다던데 동상은 훤칠하고 위풍당당한 로마의 남신(男神) 같다.



◆미라벨정원·모차르트하우스

모차르트 광장에서 잘자흐 강을 거슬러 올라 모차르트 다리를 건너면 1606년 조성된 미라벨정원·궁전에 다다른다. 미라벨정원은 가장 잘 알려진 ‘사운드 오브 뮤직’ 관광지다. 영화 속 도레미송은 베르펜 마을 언덕에서 시작해 볼프강 호숫가에서 자전거를 타다가 마차를 타고 옛 시가지를 한 바퀴 돈 뒤 미라벨 정원에서 끝맺는다. 그야말로 그림 같은 꽃정원이다.


아이들이 말 동상 분수 주위를 걷다가 나무터널에서 달리기도 하고 중앙 분수 앞뒤를 왔다갔다 하는 장면들이 눈앞에 그려졌다. 아이들이 ‘솔-도-라-파-미-도-레’ 하며 오르던 정원 끝 계단.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몰리는 사진 촬영 장소다. 한 팔을 뻗어 검지를 추켜올리는 자세를 취하는 여성 관광객들이 많았다. 마리아가 그렇게 한 팔은 뻗고 한 팔은 머리에 올려 두성으로 ‘하이 도’를 내지르며 도레미송을 끝내는 장면을 흉내내는 것이다. 이 계단에서 정원 전경과 저 멀리 대성당 첨탑, 그 뒤의 호엔잘츠부르크성까지 거의 일직선으로 한눈에 들어온다. 멋진 풍경이다.

모차르트도 이 정원을 자주 거닐며 밝고 화사한 악상을 떠올리지 않았을까. 미라벨궁전의 대리석 홀은 모차르트와 아버지 레오폴드, 누나 난널이 함께 자주 연주하던 곳이다. 지금도 대리석 홀에서는 매일 오후 8시 모차르트 작품 위주의 실내악 콘서트가 열린다. 모차르트 가족은 1773년 게트라이데 거리에서 미라벨 정원 인근 집으로 이사했다. 모차르트는 여기서 1781년까지 살았다.

이곳도 모차르트 기념관으로 관광객을 맞는다. 모차르트가 돈을 잘 벌었을까. 생가보다 훨씬 넓다. 전시 품목도 더 알차다. 소규모 연주회를 할 수 있을 만큼 널찍한 홀과 그 가운데 놓여 있는 ‘함머클라비어’가 눈에 띈다. 이 악기로 모차르트가 다수의 피아노 소나타와 협주곡을 작곡했다고 한다. 그랜드 피아노와 모습은 비슷하지만 크기가 조금 작다. 해머로 쳐서 소리내는 초기 형태의 피아노다. 생가에 있는 똑같은 형태의 피아노는 모조품이다. 일반 피아노와 반대로 흰 건반이 검고, 검은 건반이 하얗다.

때마침 한 젊은 남성 피아니스트가 함머클라이어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가끔씩 악기 점검 차원에서 연주하는 모양이었다. 모차르트의 클라비어 곡들이었다. 피아노보다 음색이 다소 무거웠지만 맑고 화사했다. 한동안 눈을 감고 250년 전쯤 모차르트가 연주하는 모습을 그려봤다. 근사한 상상이었다.

◆레오폴트스크론성

호엔잘츠부르크성채에서 옛 도심 반대쪽을 바라보면 작은 호수 옆 아름다운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18세기 우아하고 유려한 로코코 양식으로 지어진 레오폴트스크론성이다. ‘사운드 오브 뮤직’ 투어에서 빠지지 않는 관광지다. 호수에서 배를 타고 놀던 아이들과 마리아가 물에 빠지는 장면으로 유명해졌다. 건물과 호수 사이 예쁜 정원과 숲길도 영화에 자주 등장한다.

호텔로 사용하는 건물을 안내하는 해설사의 설명을 듣지 않았더라면 이곳과 연관된 가장 유명한 사람을 놓칠 뻔했다. 잘츠부르크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독일 연출가 막스 라인하르트(1873~1943)다. 옛 시가지에 그의 이름을 딴 라인하르트 광장이 있다. 라인하르트는 19세기 이후 쇠락하던 이곳을 1918년 사들인 뒤 그의 심미적·예술적 취향에 맞게 개조했다. 1층 서재와 베네치안룸, 대리석홀 등에 그의 손길이 남아 있다. 그는 지인들과 예술가들을 불러 모아 건물 곳곳과 호수, 정원 등을 배경 삼아 공연을 했다고 한다.

1층 끝방인 맥고원룸. 해설사는 방 중앙에 놓인 빨간색 탁자를 가리키며 “라인하르트와 호프만슈탈, 슈트라우스가 이 탁자에 둘러 앉아 모차르트를 기리는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을 기획하고 프로그램을 짰다”고 말했다. 역사적 현장에 있다는 생각에 감탄사가 나왔다. 라인하르트와 오스트리아 시인·극작가 휴고 폰 호프만슈탈, 독일 근대음악의 거장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는 잘츠부르크를 세계적인 문화축제 도시로 만든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을 탄생시킨 주역들이다. 1920년 시작한 이 축제는 매년 7~8월 열리는 세계 최고의 음악축제로 꼽힌다. 해마다 세계 80여개국에서 30만여명이 몰려든다. 라인하르트와 호프만슈탈은 레온폴트스크론성에서 축제 개막작인 연극 ‘예더만’을 협업했다. 이 연극은 매년 축제기간 대성당 앞 야외무대에 오른다.

‘유대인’ 라인하르트는 1938년 나치를 피해 미국으로 갔다. 영화 속 폰 트랩 대령 가족이 나치의 징집 명령을 거부하고 스위스로 떠나는 장면이 겹쳐진다. 라인하르트는 두고두고 이곳을 그리워하고 돌아오고 싶어했다지만 생전에 다시 밟지 못했다.

◆잘츠부르크축제극장·대극장

마지막 목적지는 잘츠부르크축제극장이다.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의 주 무대다. 옛 도심 북쪽 산기슭에 자리 잡고 있다. 1925년 대주교의 마굿간이던 건물을 개조해 임시로 사용하던 무대가 번창해 지금의 축제극장과 거리가 됐다. 매일 두 차례 가이드와 함께하는 투어에 참가하면 극장 구석구석을 돌아볼 수 있다.

대축제극장과 소축제극장, 펠젠라이트슐레 등 3개 공연장을 품고 있는 복합문화시설이다. 2200석 규모의 대축제극장은 무대의 좌우 길이가 50여m로 한동안 세계에서 가장 큰 클래식 공연장으로 꼽혔다. 1300여석을 갖춘 소축제극장은 2006년 모차르트 탄생 250주년을 기념해 그의 오페라를 주로 상연하는 모차르트하우스로 탈바꿈했다.

1500여석의 펠젠라이트슐레는 세계에서 가장 독특한 구조의 공연장 중 하나다. 대주교의 여름 승마학교로 쓰이던 이곳은 암벽을 파서 만들었다. 무대 뒤편에 송송 뚫린 암벽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마리아와 폰 트랩 가족이 ‘도레미송’ ‘에델바이스’ ‘소롱, 페어웰’을 이어 부르며 오스트리아 관객들에게 작별 인사를 하는 장소다.

무대에서는 다음달 13일부터 공연하는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배경막 작업이 한창이었다. 지휘계의 신성 구스타보 두다멜이 지휘하고 세계적인 메조 소프라노 체칠리아 바르톨리가 여주인공 마리아(이 작품의 주인공 이름도 마리아다)로 출연하는 무대다. 이 두 사람의 이름만으로도 벌써부터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으는 공연이다. 오는 8월 페스티벌 기간에도 상연될 예정이다.

수많은 거장과 스타들이 거쳐간 축제극장을 뒤로 하고 축제기간에 연극 ‘예더만’이 상연되는 대성당 돔광장으로 향했다. 대성당과 가까워질 무렵 천상의 소리가 들려왔다. 맑고 곱게 울리는 소프라노 목소리였다. 처음엔 성당 안에서 음반을 틀어 놓은 줄 알았다.

음원의 주인공은 거리의 음악가였다. 돔광장 아치 통로에서 한 젊은 여성이 녹음된 반주(MR)에 맞춰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헨델의 오페라 ‘리날도’의 아리아 ‘울게 하소서’, 카치니의 ‘아베마리아’ 등 옛 곡들을 30여분간 불렀다. 확성 장치를 쓰지 않는데도 소프라노 목소리는 아치형 돌벽 구조의 도움을 받아 깊고 넓게 광장으로 퍼져 나갔다. 돔광장에 있는 다른 거리의 음악가들도 잠시 연주를 멈추고 노래에 귀를 기울였다.

바로크 양식의 건축물들이 가득한 고풍스런 거리에서 바로크시대 명곡들을 청아한 목소리의 라이브로 듣는 운치를 어떻게 설명할까. 황홀했다. 전통과 음악의 도시 잘츠부르크를 거니는 여행객이 아니라면 쉽게 만나지 못할 호사였다

잘츠부르크(오스트리아)=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

오늘의 신문 - 2024.05.18(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