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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자존심, '메트(Met)'와 '모마(MoMA)'의 엇갈린 희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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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이심기 특파원) 뉴욕 최고의 문화적 명소를 두고 자존심 대결을 벌여온 ‘메트(Met)’와 ‘모마(MoMA)’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Met)이 3년 연속 적자에 직면하면서 구조조정 압력을 받고 있는 반면 뉴욕현대미술관(MoMA)에는 거액의 후원금이 몰리면서 전시관 신축과 리노베이션 작업이 진행중이다.

메트는 파리의 루브르, 런던의 대영 박물관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세계 최고의 미술관이다. 맨해튼 센트럴공원에 인접해 있어 연간 630만명(2014년기준)이 방문할 정도로 항상 붐비는 곳이다. 메트는 그러나 올해 1000만달러의 적자가 예상되면서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야 하는 상황이다.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향후 18개월내 4000만달러의 적자라는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는 진단과 함께 인원감축과 특별전시회 축소 등 구조조정 압력에 직면해 있다.

다니엘 와이스 관장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메트는 재정이나 신용상태 모두 건강하다”면서도 “향후 2년내 재졍을 균형상태로 돌려놓도록 목표를 설정했다”고 말했다. 2200여명의 직원을 거느린 메트는 1년 예산만 3억달러, 적립기금만 28억달러에 달한다. 뉴욕시로부터 운영자금의 지원까지 받고 있지만 최근 수년간 비용이 수익을 크게 초과하면서 2014년 350만달러, 지난해 770만 달러의 적자를 각각 기록했다. S&P는 메트의 신용등급을 최고등급인 ‘AAA’로 유지하고 있지만 지속적인 적자를 낼 경우 하향조정될 수도 있다.

게다가 지난해에는 2억5000만달러어치의 채권을 발행하면서 연간 이자부담만 850만달러에 달하고 있다. 매년 방문객은 늘고 있지만 입장권 대신 기부금을 받는 방식으로 운영하다보니 수지를 맞추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메트는 이에 따라 임금동결, 운영비 삭감과 함께 연간 50~60회에 달하는 특별전시회 규모도 줄이기로 했다. 직원들의 초과근무로 인건비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미술관 재정을 압박한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모마’라는 친숙한 약칭으로 더 잘 알려진 뉴욕현대미술관(Museum of Modern Art)은 매년 방문객이 급증하고 거액 기부금을 유치하면서 전시공간을 확충하는 등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최근에는 영화,음악산업의 거물 데이비드 기펜이 1억달러의 후원금을 내기로 하면서 3단계로 추진중인 대형 리노베이션 프로젝트가 차질없이 진행중이다. 2014년부터 ‘모마 확장계획’을 목표로 세운 모금목표는 신규 전시장 건설에 4억달러, 기존 전시장 보수에 4억달러 등 총 6억달러. 기펜의 이번 후원금을 포함, 모두 6억5000만달러를 거둬들였다.

모마는 연간 방문객이 약 250만명으로 Met의 600여만명에 한참 못 미치고, 1년 예산 역시 1억5000만달러로 Met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맨해튼 한복판에 위치한데다 고흐와 피카소, 모네, 마네, 고갱, 폴세잔, 마티스 등 근현대 미술 거장들의 작품을 한 번에 볼 수 있어 메트에 버금가는 문화명소로 자리잡고 있다. (끝)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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