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性속의 경제史

주택금융공사 직원이 '영업맨'으로 변신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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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금융부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지지부진한 성과연봉제 추진 사항을 직접 챙기기로 했습니다. 성과연봉제가 노동개혁의 핵심이라는 판단에서죠. 이미 한국마사회를 비롯한 6개 공기업이 성과연봉제 조기 이행을 확정했습니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등 10개 공기업은 노사 합의나 직원 동의를 마쳤고요.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금융 공기업들도 마음이 바빠지고 있습니다. 정부는 다른 업권에 비해 높은 임금 등으로 눈총을 받고 있는 금융권에 성과주의를 빠르게 확산시키기 위해 금융 공기업들이 앞장서서 분위기를 이끌어주길 바라고 있거든요. 연내 성과주의 도입이라는 목표를 위해 당근과 채찍도 동시에 꺼내 들었습니다.

조기에 성과주의를 도입하면 경영평가에서 가점을 받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예산을 편성할 때 성과주의를 도입한 금융 공기업에 대해서는 총 인건비의 1%를 인센티브로 주기로 했죠. 특히 이달 안에 조기 도입하면 추가 성과급이 주어지고요. 반대로 연내 도입하지 못하면 전체 인건비 인상률이 깎이거나 동결됩니다.

기획재정부는 한국주택금융공사와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예금보험공사, 자산관리공사 등에 대한 2015년 경영평가에 돌입한 상태입니다. 지난해 경영 실적과 업무 수행, 인사·조직 관리 등을 보는 것이지만 정부가 강하게 추진하고 있는 성과주의 도입 여부도 일부 반영됩니다. 금융 공기업 최고경영자(CEO)들로서는 신경 쓰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죠.

그나마 주금공 등 일부 금융 공기업은 다른 금융 공기업에 비해 직원 수가 작아 노사간 협의가 빠른 편이라고 합니다. 김재천 주금공 사장은 지난해 말부터 이미 수시로 직원들과 성과주의 도입의 필요성과 직원 평가 방식에 대한 논의와 토론을 이어왔다고 하네요. 이 덕분에 이달 내 성과주의 조기 도입이 가능할 전망이라고 합니다.

영업 실적과 성과가 상대적으로 확연히 드러나는 은행과 보험회사 등 민간 금융회사에 비해 금융 공기업은 개인 성과 평가가 쉽지만은 않은 게 사실입니다. 신보만 봐도 그렇습니다. 신보는 담보능력이 떨어지는 기업의 채무를 보증해 기업의 원활한 자금 융통을 지원하는 게 핵심 업무입니다.

하지만 보증 총량이 매년 정해져 있어, 무작정 보증을 늘릴 수는 없죠. 이런 상황에서 정확한 개인 성과 평가를 위한 KPI(핵심성과지표)를 만들다 보니 정부가 추진하는 각종 역점 사항이 최대한 중첩될 수록 좋은 평가를 받는 시스템이 도출되고 있다고 합니다.

예컨대 이런 식이죠. 창조적 창업 생태계 조성에 기여하면서도 일자리 창출 효과가 있고, 여기에 미래 성장 동력 업종이면서 동시에 청년 창업에 도움이 되는 보증을 수행하는 겁니다. 쉽게 말해 가점을 받을 수 있는 다양한 요소를 충족시키는 보증 업무를 찾아내야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것이죠.

또 금융권 성과주의 도입과 맞물려 주금공 직원들은 요즘 ‘영업맨’으로 변신하고 있다고 합니다. 정부가 주택연금 활성화에 팔을 걷어붙이면서죠. 게다가 25일부터 가계부채 부담을 줄이고 소비를 늘리기 위해 정부가 야심 차게 내놓은 ‘내집연금 3종세트’가 출시되면서 주금공 지역본부별로 할당 목표치까지 떨어졌다고 합니다.

주금공 한 관계자는 “금융 공기업의 특성상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영업에 익숙지 않은데 요즘은 영업 사원이 된 것처럼 적극적으로 주택연금을 홍보·안내하면서 가입자 유치에 나서고 있다”고 귀띔하더라고요. 정부의 성과주의 도입으로 조금씩이지만 금융권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 모습입니다. (끝)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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