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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의 중심의 서 있는 정두영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와의 인터뷰.
패션 디자이너는 어떤 일을 하나?
한마디로 얘기하자면 창조적인 감각으로 유행을 만드는 사람이다.
패션 디자이너 또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도 불리는데, 차이는 뭔가?
패션 디자이너가 디자인 분야만 맡는다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디자인을 포함한 제품 기획, 생산, 마케팅, 홍보 등 브랜드의 모든 것을 총괄한다고 보면 된다. 보통 패션 디자이너로 시작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올라갈 수 있다.
그럼 디자이너 출신이 아닌 마케팅 또는 영업 담당자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전환이 가능한가?
그렇진 않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라는 위치는 패션 디자인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도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마케팅 업무에서 디렉터로 전향하긴 쉽지 않다.
현재 맡고 있는 업무를 소개해 달라.
이탈리안 모던 클래식을 표방하고 있는 남성복 브랜드 ‘반 하트 디 알바자’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상품기획 및 브랜드 홍보·마케팅 총괄 업무를 맡고 있다.
언제부터 패션 디자이너로 활동했나?
대학 3학년 때 미국을 간 적이 있었는데, 한국과는 달리 다양한 의류 브랜드가 있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당시 1994년이었는데 국내에는 들어오지 않았던 갭(GAP), 베네통 등 SPA브랜드를 보고 컬처 쇼크를 받았다. 미국은 다양한 인종이 살고 있어서인지 팬츠 사이즈도 허리 사이즈와 다리 길이 사이즈가 각기 다르게 출시되더라. 미국을 다녀온 뒤 패션 공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대학을 졸업하고 패션전문학교인 ‘에스모드 서울’에 다시 들어갔고, 1998년에
패션 기업 신원에 디자이너로 입사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다시 전문학교로 들어갔을 때 집에서 반대는 없었나?
당시 나이가 20대 후반이었으니 당연히 부모님께서 걱정을 많이 하셨다. 그리고 지금이야 남성 디자이너가 많이 활동하지만 당시만 해도 故앙드레김, 이상봉 선생님 등 손꼽을 정도였다. 패션은 재밌었지만 한편으론 ‘내가 패션을 잘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들기도 했다.
디자이너로 일을 하면서 연세대 패션산업정보대학원에 진학을 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디자이너로 일을 하면서 수치나 마케팅 분야를 알아두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대학원을 진학했고, 패션 마케팅을 주제로 논문을 쓰기도 했다. 2008년에 지이크 파렌하이트라는 브랜드를 론칭할 때 굉장히 많
은 도움이 됐다.
한 브랜드를 론칭하기 위해서는 어떤 것들이 필요한가?
일단 사람도 이름이 있는 것처럼 브랜드 이름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브랜드의 콘셉트나 공략 타깃층, 유통망 및 가격 선택 등 준비할 것들이 무척 많다.
브랜드 하나가 탄생하기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리나?
지이크 파렌하이트를 비교해 보면 1년 정도 걸린다. 물론 더 오랜 시간이 걸리는 브랜드도 있다.
패션 디자이너가 되기 위한 조건이 있다면?
음…. 우선 첫 번째는 열정이다. 너무 뻔한 소리 같겠지만 옷에 대한 열정이 있어야 이 일을 할 수 있다. 디자이너는 항상 새로운 걸 만들고, 누군가는 그 제품을 구매해야 하는데 뜻대로 되지 않을 때가 있다. 그때 디자이너로서 버틸 수 있는 힘은 열정인 것 같다. 그리고 일을 하면서 좌우명이 두 개 있다. 하나는 ‘I have a dream’이다. 패션 공부를 처음 시작할 때 무모한 꿈이지만 ‘세계 최고의 디자이너가 되자’라는 꿈이 있었는데, 물론, 지금도 그 꿈은 진행형이다. 그리고 ‘Never give up’. 절대 포기 하지 않는 애티튜드(태도)는 기본이다.
좋은 디자이너가 되기 위한 팁을 준다면?
패션은 유행이다. 그래서 많은 것을 봐야 한다. 잡지나 인터넷, 요즘엔 모바일을 통해서도 패션을 접할 수 있다. 그리고
폭 넓게 보는 것도 중요한데, 전시회나 공연 등 문화생활을 통해서도 영감을 얻을 수 있다. 나 또한 컬렉션을 준비할 때 여행이나 전시회를 통해 영감을 많이 얻는 편이다.
패션 디자이너라고 하면 흔히 날카롭고 예민한 성격이 떠오르는데 실제로 그런가?
사실 일을 하다보면 날카로워질 때도 있고, 예민해질 때도 있지만 그건 사람마다 다르다.
패션 디자이너들은 모두 옷을 잘 입을 거라는 생각은?
그렇진 않다. 예를 들어 패션 아이템을 블랙만 고집하는 디자이너도 있다. 개인적인 생각으론 디자이너는 옷을 잘 입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왜냐면 나를 잘 표현해야 남들에게 어필할 수 있으니까….
직업의 장단점은?
우선 장점은 내가 만든 옷을 누군가가 구입해 입고 다니는 짜릿함을 느낄 수 있는 직업이다. 단점은 그 옷을 아무도 구입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옷 만드는 과정을 간단히 소개해 달라.
쉽게 말하면 원단과 부자재(단추, 지퍼 등)를 준비하고 패턴을 떠서 재단하고 재봉을 거쳐 메이킹하면 옷이 완성된다. 옷 한 벌이 나오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보통 6~7개월이 소요된다. 디자이너는 1년을 앞서가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현재 2017년 S/S시즌을 준비중이다.
지난해 SBSPlus ‘패션왕 비밀의 상자’에 출연해 시즌1·2 우승을 차지했는데,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없었나?
시즌1 때는 방송인 김나영씨와 함께 호흡을 맞췄는데, 나영씨가 워낙 패션을 잘 알고 옷도 잘 입는 스타일이라 우리 팀이 우승하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시즌 2때는 김종국씨와 함께 했는데, 종국씨를 만나기 전에는 패션테러리스트인줄 알았다.(웃음) 근데 의외로 패션 센스가 있더라. 서바이벌 형식이었는데 매 심사마다 분위기를 압도하는 방송 센스를 확인할 수있었다.(웃음)
매년 잡지나 방송을 통해 선보이는 패션 트렌드는 누가 정하는 건가?
보통 매년 소개되는 패션 트렌드는 그 시기의 경제 흐름 등을 예측하고 판단해서 트렌드가 형성된다.
디자이너 면접도 많이 보는 걸로 알고 있다. 어떤 지원자를 선호하나?
패션에 대한 열정을 많이 본다. 그 다음으로는 지원자가 준비해 온 포트폴리오도 체크한다. 물론, 좋은 학교를 나왔다면 도움이 되겠지만 출신 학교가 좋다고 해서 뽑는 경우는 드물다. 이유는 학력보다 실력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패션디자이너의 전망은 어떤가?
전망은 아주 밝다. 현재 중국에서 K-팝에 이어 K-패션이 주목받고 있다. 중국에서 붐이 일어나면서 동남아까지 K-패션을 주목하고 있다. 회사에서도 중국으로 진출할 브랜드 론칭을 준비하고 있다.
얼마 전 패션업계의 열정 페이가 문제됐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예전에 비해 많이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패션 자체가 도제방식으로 가르치고 있기 때문인데, 구시대적 사고방식이다. 세상이 변하는 만큼 사회도 변해야 한다.
패션 디자이너를 꿈꾸는 친구들에게 한마디.
패션머천다이저, 에디터, 블로거, 스타일리스트 등 패션 직종이 점점 세분화 되어 가고 있다. 앞으로도 더 많은 패션 피플들이 나올 것으로 전망되는데, 만약 패션 피플을 꿈꾸고 있다면 무엇보다 열정 하나 만큼은 가슴 속에 지녀야 하지 않을까. (끝)
사진=서범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