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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性속의 경제史) 미디어와 성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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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 시대별 매체 통해 유포
단원·혜원의 춘화, ‘결합’의 사례 사실적 필치로 그려

(정화담·성풍속연구가) 90년대 말 인터넷 누드스타가 며칠간 떠들썩하게 장안을 흔들고 갔다. 포르노그라피에 가깝다고 볼수 있는 플레이보이지 모델 이승희말이다. 속옷 광고모델로도 TV에 등장하고 있으니 세상 참 많이 변했다.

인터넷이라는 것은 정말 묘한 것이어서 아무나 홈페이지를 만들어 무엇을 그곳에 올리든 자유다. 이승희 역시 다양한 포즈의 뇌쇠적인 포즈의 전라사진들을 인터넷에 올려 젊든 늙든 네티즌들의 호색적인 시선을 모았고 돈도 벌고 있다. 자신의 벌거벗은 몸을 전세계 컴퓨터망에 올려 이로써 돈을 버는 것도 직업이 되어있으니 놀랄 일이다. 첨단미디어와 성의 결합.

그러나 첨단은 아니지만 미디어는 언제든 있어왔고 또 미디어와 성의 결합도 늘 있어왔던 일이다. 대표적인 미디어라고 할 것이 사진과 종이라고 할테지만 이런 전통미디어들도 늘 성문화와 성산업에 종사해왔다. 그림과 벽화, 조각 등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신라 토기에서 남녀간 정사장면이 대단히 사실적으로 부조처리된 장면이 등장해 주목을 끌기도 했지만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성 또는 섹스는 그 시대의 매체를 타고 광범위하게 유포되어왔던 것도 사실이다. 흔히 폼페이의 다양한 벽화들을 재미있게 보고있지만 우리나라에서도 다양한 종류의 춘화들이 대거 발견되고 있다. 김홍도 신윤복의 풍속화들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겠지만 단원과 혜원이 농밀한 춘화를 열심히도 그렸다는 사실은 그리 잘 알려져 있지는 않다.

단원과 혜원은 실로 다양한 「결합」사례들을 지극히 사실적인 필치로 그려내고 있다. 음부의 묘사나 홍조를 띤 얼굴표정, 그들의 다양한 신분은 당시의 시대상을 잘 파악하고 있다.

이들 그림들은 대개 4절지 정도의 크기에 그려졌는데 하나씩 낱매로 그려진 것이 아니라 일련의 다양한 사례들을 연결시킨 화첩의 형태로 만들어졌다. 이런 종류의 춘화첩들은 선비나 한량을 가리지 않고 유포되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최음효과를 노린 것으로 파악된다. 어떤 그림들은 어린 처녀와 늙은 중이 허겁지겁 옷도 제대로 벗지않고 달려든 장면도 있고 어떤 그림은 도인이 발을 씻는 장면이 연출됨직한 자연속에서 남녀가 벌거벗고 앉아 후정화형태로 행위를 즐기는 장면이 자세히 숨기지않고 묘사되어 있기도 하다.

다행스러운 것은 이들 그림의 품격인데 일본의 유사한 그림들처럼 국부를 기괴하리만큼 과장해놓지도 중국처림 천편일률적인 것도 아니어서 흥미를 더하고 있다는 것이다.

오늘의 신문 - 2024.05.17(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