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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d 의장은 누구?' 존재감 미약한 옐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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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이심기 특파원) “아니, 그건 내가 할 일이에요.”

재닛 옐런 미 중앙은행(Fed) 의장이 다급히 중간에 말을 끊고 들어갔다. 7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에서 민간 비영리단체인 인터내셔널하우스가 주최한 토론회에서였다. 이날 사회자가 밴 버냉키 전 Fed 의장에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추진한 양적완화로 4조 달러 넘게 불어난 Fed의 자산을 어떻게 줄일 것이냐고 물었다. 버냉키 의장은 “글쎄, 내가 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며 조크를 던졌다. 이미 현직에서 물러난 그가 할 일이 아니라는 뜻이다.

그러자 바로 옆에 있던 옐런 의장이 다급히 “그건 내가 할 일(It’s up to me)”이라며 말을 받았다. 자신이 현직 Fed 의장이라는 걸 확인시키기 위해서였다. 질문을 잘못 던진 사회자는 순간 당황했고, 토론회를 지켜보던 청중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잠시 후 버냉키가 Fed 대차대조표 축소의 짐을 옐런에게 떠넘긴 것이라는 조크가 나왔고 이번에는 옐런과 버냉키 두 사람이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

이날 토론회에는 옐런과 버냉키외에 앨런 그린스펀, 폴 볼커 전 Fed 의장도 참석했다. 4명의 전현직 Fed 의장이 한 자리에 모여 토론회를 한 것은 103년 Fed 역사상 처음이다. 이들이 재임한 기간만 합쳐도 1989년부터 지금까지 37년이다. 103년 미 중앙은행 역사의 약 3분의 1이다. 더구나 이 기간은 1970년 두 자릿수의 인플레이션 상승, 1980년대와 1990년대 중남미와 아시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10년 재정위기에 이르기까지 대공황 이후 최악의 국면이 지속된 시기였다.

이날 토론회에서 전 세계 경제를 쥐락펴락했던 미 중앙은행 수장들은 경기예측의 어려움을 털어놨다. “Fed가 얘기하면 세계가 듣는다(When Fed speaks, the world listens)”는 행사소개 문구와는 딴판이었다. 버냉키 전 의장은 “많은 사람들이 경제에 대해 불만을 갖고 있다”며 “중앙은행이 할 수 있는 일은 올바른 결정을 내리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라고 ‘한계’를 언급했다.

그리스펀 전 의장도 “통화정책은 미래를 예측하는 것과 같다”며 “이는 매우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옐런 의장도 “통화정책에서 미리 정해진 경로(pre-set course)는 없다”며 급변하는 시장상황과 데이타에 따라 결정을 내릴 수 밖에 없음을 시사했다.

지난해 12월 금리인상 이후 Fed가 ‘신중 모드’로 돌아섰지만 당시 결정이 “실수가 아니다”는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옐런은 “당시 고용과 물가지표가 Fed의 목표를 향해 움직이고 있었다”고 항변하기도 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의장들은 시장과의 소통이 과거보다 매우 중요해졌다는 점도 지적했다. 옐런 의장은 “커뮤니케이션이 정책수단이 됐다”고 말할 정도였다. 버냉키 전 의장은 언론에 불만을 표시했다. Fed 의장 재임당시 경기회복을 목표로 양적완화를 통한 돈풀기에 나서자 언론들이 초인플레 가능성을 지적하며 불필요한 우려를 촉발시켰다는 것.

이날 토론회 참가비는 1인당 1000달러였다. 비영리단체인 인터내셔널 하우스를 위한 모금활동의 일환이었다. (끝) /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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