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대우증권 인수전에서 실패한 직후에는 KB금융 임직원들이 가급적 사람들이 많은 술자리를 피하고 일찍 귀가했는데, 이번 현대증권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후에는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 근처에 연일 화기애애한 술자리를 이어가고 있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온답니다.
시장 일각에서는 현대증권 장부가격(6900억원)을 한참 뛰어넘고, 최근 주가 기준으로는 3배가 넘는 1조2000억원대의 인수 가격이 과도했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하지만 KB금융 관계자들은 “1조원대 이상의 충분한 가치를 얻어냈다”고 자평하더라고요.
지난해 말 대우증권 인수전에서 미래에셋증권에 패한 후 임직원들의 사기가 크게 떨어져 있던 상황이라 현대증권 인수전에서까지 패했다면 그 여파가 상상 이상이었을 것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중론입니다.
현대증권 인수전은 KB금융의 승리로 막내렸지만 아직도 다양한 해석과 추측, 뒷말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만큼 시장의 관심이 뜨거웠다는 얘기겠죠. 일단 ‘3개월여 만에 증권업에 대한 전망이 바뀌었는지’에 대한 얘기가 많습니다.
금융그룹 차원에서 비(非)은행 부문의 수익성 강화는 여전한 과제지만 지난해 말 대우증권 인수 때 KB금융이 미래에셋증권 보다 3000억원 가량 낮은 금액을 쓴 이유 중에는 ‘불투명한 증권업계 전망’이 한몫했던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입니다.
당시만 해도 KB금융은 증권업 전망에 대해 주식 거래 감소, 미국의 추가 기준금리 인상 등 국내외 금융 환경 변화 등을 감안했을 때 실적 변동성 확대와 수익성 악화를 예상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런 업황 전망이 3개월여 만에 바뀌기는 쉽지 않으니 말입니다.
일각에서는 올 들어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출시 등으로 증권회사와 시너지 창출 가능성이 높아진 영향이 있지 않았을까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현대증권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직후 윤종규 KB금융 회장이 “이번 M&A(인수합병)는 인내와 전략적 선택에 따른 결과”라고 말한 것을 두고서도 다양한 추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KB금융 안팎에서는 지난해 말 대우증권 인수전 때는 현대증권이라는 대형 추가 매물이 또 나올 것을 감안해 과감한 베팅을 하지 않고, ‘플랜B’를 염두에 두고 전략을 짰다는 의미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일단 금융권에서는 KB금융이 전세를 역전할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사실 KB금융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계좌이동제 확대 시행, ISA, 글로벌 사업 추진 등에서 다른 금융그룹에 비해 별다른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현대증권 인수가 이런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KB금융이 현대증권 인수와 통합을 마무리하고, 어떤 시너지 효과를 낼 지 좀 더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끝)/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