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연필 판매량이 크게 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NPD그룹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연필 시장은 전년보다 15% 증가한 5억6010만달러로 집계됐다. 지난해 잉크펜 시장이 2% 성장하는데 그치며 7억5600만달러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상당한 성장세다.
NPD그룹은 연필 판매량이 이례적으로 두자릿수의 증가율을 보인 결정적 원인은 색연필 판매의 급증에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색연필 시장은 1억6600만달러로 전년도에 비해 48%나 늘었다. 색연필 판매가 1년새 절반이나 늘어난 것은 성인들 사이에서 그림책 칠하기가 새로운 유행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밑그림만 그려진 그림책인 컬러링 북(coloring book)에 자신이 원하는 색상을 입히는 취미활동을 갖는 미국인들이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미국 성인 10명중 한 명이 그림책을 갖고 있으며, 5명중 한 명은 그림책을 사겠다는 의사를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의 대표적인 인터넷 서점인 아마존에서 14번째로 많이 팔리는 책도 컬러링 북이다. 반스앤노블 등 미국의 대형서점에서는 5~20달러짜리 컬러링북과 색연필을 한데 묶어서 전시한 판매코너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최근 애플은 자사의 아이패드에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새로운 스타일러스펜을 선보였다. 레이저 기술을 활용한 이 펜은 사용자의 압력을 감지해 선의 두께는 물론 실제 회화에서 획으로 표현하는 붓의 느낌까지 전달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애플은 자사의 컬러링 북 어플리케이션인 ‘피그먼트’를 통해 이 펜으로 다양한 색을 조합해 기존의 색연필에서는 불가능한 색상까지 표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스타일러스의 펜의 가격은 99달러. 아마존에서 연필을 개당 13센트에 구할 수 있는 점을 감안하면 760배나 비싸다. 가격 차이도 크지만 하이테크 시대에 맞게 태블릿PC에 전자펜으로 그림을 그리는 수요 못지 않게 여전히 연필과 같은 로테크(low tech) 제품으로 종이그림책에 자신의 손으로 직접 색깔을 칠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한 IT전문매체는 “디지털 기술이 발전할수록 아날로그 시장이 커지는 것도 흥미로운 추세”라고 지적했다.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