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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스권 매매의 달인이 된 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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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증권부 기자) 올들어 처음으로 17일 코스피 지수가 장중 2000선을 찍었습니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회의에서 3월 기준 금리(0.25~0.5%)를 동결하고, 연내 금리인하 횟수를 기존 4회에서 2회로 줄일 것으로 시사하면서 외국인들이 안도랠리를 이끈 것이죠.

외국인들이 7000억원 넘게 사들여 코스피 지수는 전날 종가(1974.90) 대비 25포인트 가량 튀어올라 2000선에 안착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장 후반 보험사(1234억원) 및 자산운용사(659억원) 등 기관들이 1454억원어치를 내던져 결국 1987.99에서 마감했습니다. 코스피 지수를 따라 수익을 내는 인덱스펀드나 상장지수펀드(ETF) 투자자들이라면 아쉬움이 좀 남았겠죠?

이 날 지수 상승세에 힘을 뺀 매도 세력은 박스피 매매의 ‘달인’이 된 개인들이었습니다. 외국인과 반대로 개인들은 2684억원어치를 순매도했습니다. ‘KODEX레버리지 ETF’를 1047억원어치 팔아치워 개인들의 순매도 상위 종목에 올랐습니다. 하루 지수 변동폭의 2배를 따라 수익 또는 손실이 나는 구조의 ETF인데요. 지난 5년간 코스피 지수가 박스권에서 갇히면서 개인 투자자 사이에서는 적절한 타이밍만 잡으면 단기간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투자수단으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1800~2000 박스피에 오랜 기간 단련돼 있다보니 이 날도 어김없이 패시브(지수)형 투자자들은 2000선을 박스권 상단으로 보고 앞다퉈 차익실현에 나섰습니다. 지난 1월 20일 최저가(8535원)에서 잡아 이날 1만70원에 매도했다면 두달새 16%가량의 수익률을 냈겠죠.

코스피 지수대를 따라 1900 이하에 사서 2000선 부근에서 파는 박스피 투자는 국내주식형펀드에도 잘 정착된 투자기법(?)입니다. 지난 2월 중순이후 지수가 상승흐름을 타면서 국내주식형펀드에서 자금유출이 두드러지는데요. 주로 1.5배, 2배 레버리지인덱스펀드와 최근 수익률이 급상승한 액티브펀드 중심으로 한주새 5531억원 가량(에프앤가이드 집계치) 순유출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저금리, 저성장에다 불확실한 증시가 지속되고 있다보니 장기 투자로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확신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습니다. 그래서 박스권 매매로 일정 수익만 내는 것으로 만족하겠다는 투자자들이 부쩍 많아졌습니다. 등락을 거듭한 끝에 코스피가 2000선을 터치하긴 했지만 지난 1년간 수익률로 따져보면 -2.07%로 여전히 마이너스 상태인 것만 봐도 그렇습니다.

지난 5년간 박스피에서 몇번의 수익과 손실을 반복해 본 투자자들이라면 1~2년 투자하느니 한 두달새 반짝 3~ 5%씩 수익 내고 차익실현 한 뒤 다음번 투자 기회를 노리는 게 낫다는 걸 체득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코스피가 2000을 뚫고 상승흐름을 이어갈 지 누가 알겠습니까. 그렇다면 박스권 매매의 달인들은 또 다시 시행착오를 겪어야겠죠? (끝) /saramin@hankyung.com

오늘의 신문 - 2024.05.21(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