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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A 明暗 ③ 높아지는 저축은행 몸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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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금융부 기자) 초반 분위기는 확실히 은행권이 잡았습니다. 지난 14일 출시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두고 하는 말입니다. 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공격적인 투자 포트폴리오를 제시하고 있는 증권회사와 각축을 벌일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지만요.

출시 후 사흘 동안 모두 51만5000여명이 ISA에 가입했는데, 은행이 아닌 증권회사에서 가입한 소비자는 10명 중 채 1명꼴도 되지 않았습니다. 폭 넓은 영업점 등으로 소비자에 대한 접근성이 뛰어난 데다 아직까지는 주거래 은행 등을 활용해 재테크 보완 수단 정도로 ISA를 여기는 소비자들이 많아서가 아닐까요.

다음달까지 소비자가 직접 투자할 상품과 비중을 정해야 하는 신탁형만 취급하는 은행들에도 고민은 있습니다. 수수료 등 보수를 떼고 나면 ISA의 매력이 별로 없다는 지적이 많아지고 있어서입니다.

은행에서 신탁형 ISA에 가입한 소비자들은 정기예금을 주로 편입하고 있습니다. 0.1% 가량의 보수를 떼면 연 1%대 중반 금리를 나타내고 있는 정기예금이 투자자산으로 그리 큰 매력이 있다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이 때문인지 시중은행 영업점 직원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상담을 원하는 소비자 중에 “저축은행 정기예금 상품은 편입이 안되느냐”고 묻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합니다. 1년 만기로 봤을 때 저축은행 정기예금 금리는 연 1%대 후반에서 높게는 연 2%대 초반까지 형성돼 있어 상대적으로 금리 매력이 있거든요.

이런 면에서 우리은행은 여유가 있는 편입니다. 은행권에서 가장 먼저 저축은행과 제휴해 ISA 편입 상품에 저축은행 정기예금을 포함시켰거든요. 직·간접적으로 마케팅에도 적극 활용하고 있고요.

신한은행과 국민은행 등 다른 은행들도 저축은행과 제휴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ISA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각 은행들이 고심하는 상황이라 편입 가능한 저축은행 정기예금은 더 다양할 질 전망입니다.

저축은행 정기예금은 원금 손실이 날 수 있는 각종 투자상품에 비해 덜 불안하다는 이유로 안정적인 성향의 소비자들이 찾고 있거든요. 좀 다른 얘기지만 ISA에는 자행 예금을 넣을 수 없기 때문에 경쟁 상대인 다른 은행의 예금상품에 소비자들이 마냥 몰리는 게 은행 입장에서 그리 달가운 일은 아니고요.

유례없는 초저금리가 이어지고 있어 저축은행들도 정기예금에 대거 돈이 몰리는 걸 반가워할 수만은 없습니다. 돈을 굴릴 곳이 마땅치 않아서죠. 이 때문에 각 저축은행마다 취급 가능한 한도를 설정해놓고 있습니다.

한 가지 염두에 둬야 할 점은 저축은행은 시중은행에 비해 신용등급이 낮아 정기예금의 안정성 측면에서 뒤처진다는 겁니다. 물론 예금자보호는 됩니다. ISA에 편입된 예금의 예금자 보호 한도는 ISA를 판매한 금융회사가 아니라 해당 예금을 판매한 금융회사 기준 1인당 5000만원까지입니다. ISA 계좌에 속한 금융회사 상품 외에 해당 금융회사에 별도로 가입한 예금이 얼마나 있는 지를 먼저 확인해 보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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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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