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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경력은 무조건 배제" 더불어민주당의 이중잣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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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정진 정치부 기자)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후보들을 뽑기 위한 경선과 공천 전쟁이 치열합니다. 그중 비례대표는 앞 순번만 받으면 사실상 당선이 확정이 되기 때문에 공천경쟁이 지역구 후보 공천보다 더 치열합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직능별 비례대표 중 하나로 청년 정치인들을 뽑겠다며 현재까지 4명의 청년 비례대표 후보들을 선정했습니다.

그런데 돌연 15일 경선 후보 중 한명이었던 김규완 씨의 후보자격을 박탈시켰습니다. 그에게 위장전입이나 투기 의혹같은 비리가 있었는지, 다른 도덕적 결함이 있었는지 궁금했습니다. 하지만 실제 그의 자격을 박탈한 이유는 ‘새누리당 의원실 근무 이력 미기재’ 때문이었습니다. 김성수 당 대변인은 “김규한 씨 경력중 새누리당 의원실에서 근무한 경력이 18~19대 국회 때 있었다”며 “우리 당 청년 비례대표 자격으로 부적절하다고 판단해 자격을 박탈하기로 했다”고 말했습니다.

김 대변인은 “면접할 당시엔 새누리당 의원실에서 근무했던 사실을 알지 못했던 모양”이라며 “홍창선 공천관리위원장이 의원 시절 그의 의원실에서 근무했던 것만 들었다”며 실수를 인정했습니다. 서류상으로도 새누리당 의원실 근무 경력이 없었다고도 설명했습니다. 공당의 비례대표 후보를 뽑는데 기본적인 경력 사항이 서류나 면접 과정에서 걸러내지 못하는 등 공천 심사 과정에서 심대한 문제가 있었음을 당이 자인한 겁니다.

이같은 이유가 마뜩치 않다는게 기자들 반응이었습니다. 더민주가 마치 그를 새누리당 당원이나 당직자로 보고 판단했다는 겁니다. 하지만 새누리당 의원실이건 더민주 의원실이건 국회 의원실 보좌진은 명목적으로 당 소속이 아닌 국회 사무처 소속 직원들입니다. 그들이 직접 입당 원서를 내고 당적을 갖지 않는 이상 당원도, 당직자도 아닌겁니다. 마찬가지로 김규완 씨가 새누리당 당직자로 근무한게 아닌 이상 확인도 없이 그를 ‘새누리당 사람’으로 보는 것은 다소 지나친 판단이라는 겁니다. 학연 지연 혈연 등 가뜩이나 편가르기가 한국의 고질병으로 지목되고 있는데, 보수 진영간 높은 벽을 쌓아두고 ‘내편 니편'하는게 한국정치의 현주소란 생각이 듭니다.

게다가 의원실 보좌진들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이동도 잦습니다. 김규완씨 역시 당시 이윤성 염동열 새누리당 의원실에서 일하기 전엔 현재 홍창선 더민주 공천관리위원장이 통합민주당 의원 시절 보좌진로 일하기도 했습니다. 한 여당 의원 비서관은 “보좌관이나 비서관 중에서 당적을 갖지 않고 일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며 “새누리당 의원 보좌진 경력이 있다고 더민주 비례로 가지 못하게 했다는건 보좌진 사회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저지른 지나친 처사”라고 비판했습니다.

차라리 홍 위원장과의 과거 인연으로 최종 후보 4인까지 올라가는 등 김 씨가 보이지 않는 특혜를 받고 있다는 의혹을 잠재우기 위해 박탈했다고 설명하는게 명분상 더 맞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들립니다. 설령 김 씨가 새누리당 당적을 가졌던 이력이 있더라도 청년 비례대표로서 능력과 자질, 도덕성만 잘 판단하면 됩니다. 세대와 성별, 지역과 빈부를 넘어 모두와 ‘더불어’ 함께 가겠다고 선언한 더민주의 그간 외침이 공허한 메아리로 들리는 것 같아 씁쓸하기만 합니다.

아 참, 이 사건을 통해 한가지 기억해야 할 중요한 사항이 있는데요. 이 모든 결정을 내린 김종인 더민주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2012년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캠프에서 선거대책위원장을 역임했었던 이력을 가지고 있다는 겁니다. 새누리당에서 핵심 역할을 했던 이력을 가진 인물에게 당 대표를 맞기는 건 모두가 입을 닫고 용인하면서 새누리당 의원실에서 일했던 경력을 가진 인물은 후보 자격조차 없다고 한 겁니다. 참으로 이상한 당입니다. (끝) / silv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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