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미녀 배우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화장품 광고에 예능인들이 대거 등장하고 있습니다. 온라인과 모바일 광고에서 ‘Skip(건너뛰기)’을 누르려는 사람들을 붙잡기 위해 재미 요소를 부각하는 영상물이 많아진 데다, 대중들이 무조건 예쁜 얼굴보다는 친근한 외모를 더욱 선호하는 흐름이 반영된 것인데요. 특히 개그우먼들의 몸값이 뛰고 있습니다.
에뛰드하우스는 김숙 씨를 모델로 내세웠습니다. 밤샘 과제나 업무 등으로 피로에 지친 여성에게 상큼한 옷을 차려입은 김씨가 ‘수분 생기 송’을 불러준다는 내용의 영상이 최근 인터넷에 공개됐는데요. 에뛰드 측은 “‘수분이 쑥쑥’, ‘생기가 쑥쑥’이라는 가사가 포인트인데 광고가 공개되자마자 ‘가사를 나도 모르게 따라부른다’는 등 반응이 뜨겁다”고 전했습니다.
SK-II는 피키캐스트를 통해 박나래 씨의 뷰티 화보를 공개했는데요. 영화 ‘히말라야’ ‘미이라’ ‘마션’ 등의 등장인물을 박씨의 장기인 ‘엽기 분장’으로 재현해 ‘극한 환경에서도 피부를 촉촉하게 가꿔준다’는 점을 재치 있게 표현했습니다.
맥은 장도연 씨와 유상무 씨를 통해 요즘 유행하는 ‘쓱’ 광고를 패러디했는데요. 쿠션 사용 후 머리카락이 붙거나 찍히는 등의 불편한 상황을 두 개그맨의 연기를 통해 보여주면서, 이런 단점을 보완한 신상품을 자연스럽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공개 사흘 만에 유튜브와 페이스북 조회수가 130만건을 넘는 등 만족할 만한 홍보 효과를 거뒀다고 하네요.
지난해에는 신생 화장품 브랜드 ‘엘리샤코’가 개그우먼 이국주 씨를 모델로 써서 일명 ‘이국주 화장품’으로 인지도를 높였습니다. 최근에는 고가 화장품 브랜드인 ‘에스티로더’가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유명해진 배우 라미란 씨와 계약을 맺었고, 토니모리는 ‘MC 커플’ 김성주 씨와 안정환 씨를 모델로 발탁했습니다. 10여년 전 꽃미남 축구선수 시절 남성 화장품 모델로 활동한 경험이 있는 안씨는 이번에는 친근한 예능인 이미지를 보여준다고 합니다.
김윤혜 이니스프리 마케팅 팀장은 “빠르게 변화하는 소비자의 취향에 발맞춰 수없이 많은 광고 중에서도 기억에 남을 수 있도록 다양한 기법과 전략이 사용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런 ‘이색 모델 전략’이 미(美)의 기준 자체가 변하고 있는 점을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깎아놓은 듯한 아름다운 얼굴, 늘씬한 몸매보다는 자신의 매력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이들이 대중의 큰 지지를 받는다는 것입니다. (끝)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