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모시 블리스 영국 프랜시스크릭연구소 교수는 “뇌의 시냅스(뇌세포들을 연결하는 조직) 수술을 통해 새로운 기억을 뇌에 이식하는 시대가 곧 열릴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고 가디언 등 영국 매체들이 2일(현지시간) 전했다.
블리스 교수는 이날 영국 런던에서 열린 올해 브레인상 수상자 간담회에 참석해 “기억은 인간이 거의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는 정신의 한 기능이며 의식보다 훨씬 수월하게 다룰 수 있다”며 “인간이 기억을 완벽히 이해하게 되는 건 시간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머지않아 외과의사에게 할리우드 영화배우 마릴린 먼로와 만난 기억을 뇌에 심어달라고 주문하면 돈을 받고 기억을 불어 넣어줄 수 있는 시대가 열릴 것”이라며 “아직 현실에선 불가능하지만 이론상 가능하고 결코 일어나지 않으리란 법이 없다”고 말했다.
블리스 교수는 그래엄 콜링리지 브리스톨대 교수, 리처드 모리스 에딘버러대 교수와 함께 덴마크의 그레테 룬드벡 유럽 뇌 연구재단이 주는 올해 브레인상 수상자에 선정됐다. 이 상은 뇌 과학 분야에서 뛰어난 업적을 보인 신경과학자에게 주는 상으로, 신경과학 분야의 노벨상으로 불린다. 콜링리지 브리스톨대 교수는 “약물로 기억을 지우는 연구가 시작됐고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와 만성통증 환자 치료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이는 미래에 기억 조작이 실제로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근거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콜링리지 교수는 “뇌에는 대부분 좋은 기억들이 남아있는데 이는 PTSD나 만성 통증과 같은 나쁜 기억을 제거하는데 유리하다”고 말했다.
세 과학자는 모두 일생을 대뇌 측두엽에 있는 해마의 신경세포가 경험을 통해 강화되는 현상을 연구해왔다. 그리고 이런 뇌의 작용이 학습과 기억의 근본을 이룬다는 결과를 얻었다. 세 사람에 대한 시상식은 오는 7월 1일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다. 세 사람은 100만유로의 상금을 3등분으로 나눠갖게 된다. (끝) /kunt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