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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벼룩시장에서 발견한 1909년 대한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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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민 지식사회부 기자) 프랑스 파리 남부에는 방브 벼룩시장이 있습니다. 파리 지하철 13호선 포르트 드 방브(Porte de Vanves) 역에서 걸어서 1분 거리입니다. 주말 이른 아침이 되면 트럭에 물건을 가득 실은 상인들이 찾아와서 보도에 노천 시장을 펼칩니다. 가구, 도자기, 액세서리, 은식기 등 품목도 다양합니다.

기자는 지난달 말 이 곳을 찾았습니다. 시장을 둘러보던 중 한 노천 상점에서 오래된 잡지를 팔고 있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이 잡지는 쁘띠 저널(Le Petit Journal).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쁘띠 저널은 지금도 전 세계에서 발행되고 있는 유명 잡지입니다. 이 상점에선 지금으로부터 100여년 전인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에 제작된 쁘티 저널의 삽화를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잡지를 보던 중 우연히 낯익은 단어를 발견했습니다. 바로 한국을 뜻하는 ‘COREE’였습니다. 이 글자와 함께 큰 호랑이 모습과 함께 당시 복장을 입은 사람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1909년 12월12일에 발간된 잡지의 한 면을 차지하고 있는 삽화였습니다. 삽화 제목은 ‘LE REGNE DU TIGRE EN COREE’. 한국의 호랑이 통치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제목 밑에는 ‘depuis que les japonais y ont interdit le port d'armes, les tiger repandent la terreur’라고 쓰여 있습니다. 해석하자면 ‘일본이 무기 소지를 금지한 이후 호랑이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20세기 초 한일강제병합을 앞두고 일본은 한국인들의 무기 소지를 금지했습니다. 한국인들이 무력 폭동을 일으킬까봐 무기 소지를 금지한 것입니다. 이로 인해 사냥꾼들에게 해방된 호랑이들이 전국에 출몰하기 시작했습니다. 민가에도 호랑이들이 나타나곤 했습니다. 파리 방브 벼룩시장에서 발견한 잡지 화보 역시 큰 호랑이 두 마리가 민가로 뛰어들어와 남자를 물고 한 어린아이를 채가는 모습입니다.

이런 내용이 그려진 삽화를 보자마자 이 잡지를 구입했습니다. 가격은 15유로(약 2만원). 아쉬운 점이 있다면 19세기 후반과 20세기 초에 그려진 쁘띠 저널의 삽화 중 한국 관련 내용은 이것 하나뿐이었다는 것입니다. 반면 중국과 일본 관련 삽화는 수십개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끝)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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