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은 2013년 국내에서 초연됐습니다. 무용가이자 안무가였던 최현의 유작 ‘군자무’를 재창작한 공연인데요. 디자이너 정구호 씨(휠라코리아 부사장)가 연출과 의상, 무대를 맡아 화제가 됐습니다. 디자이너의 참여 소식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가 의상만을 담당할 것으로 예상했죠.
무대 연출이 독특합니다. 화려한 오방색을 전면에 등장시키는 대신 무채색을 주로 썼습니다. 무대는 화선지를 연상시키는 흰 막이 전부입니다.
윤성주 전 국립무용단 예술감독이 짠 춤은 단순하고 간결한 동작으로 사군자를 표현합니다. 주제인 선비들의 정신을 세련되게 드러냈죠.
공연의 매력은 홍콩에서도 통했습니다. 26~27일 홍콩 완차이의 공연예술아카데미(APA) 내 리릭극장에서 열린 공연은 2회 모두 표가 매진됐습니다. 국립극장 측은 “홍콩 공연의 사전 예매율이 평균 98.5%에 달했다”고 밝혔습니다. 묵향은 오는 6월 프랑스 리옹에서 열리는 레뉘드 프루비에르 페스티벌에서도 초청공연을 올립니다.
연출을 맡은 정씨는 27일 홍콩 리릭극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국 무용의 뿌리와 핵심을 추출해 현대적이고 상징적인 형태 안에서 부각시키려고 했다”며 “홍콩에 거주하는 많은 외국인 관객들이 자기 나라에서 공연해줄 것을 요청해 묵향을 해외에 알리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정씨는 기자회견에서 “평창 동계올림픽 개회식과 폐회식 연출을 맡았다”고도 밝혔습니다. 전통을 현대적으로 풀어내는 그의 무대가 어떤 모습일지 기대됩니다. (끝)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