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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총회, 이제는 변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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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익환 증권부 기자) 지난 2001년,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재학 중이던 김민국, 최준철 씨는 밤낮으로 주식만 생각했습니다. 유망한 주식을 발굴하려고 부지런히 발품도 팔았습니다. 주주총회에서 목청을 높이기도 했죠. 여성 의류업체 한섬의 주주총회에 참석해서는 경영진과 논쟁을 벌였습니다.

정재봉 전 한섬 부회장은 혈기왕성했던 두 청년을 눈여겨 봤습니다. 2년 뒤인 2003년. 정 부회장은 9억원의 사재를 두 청년에게 맡깁니다. 두 청년은 이 돈을 밑천 삼아 VIP투자자문을 설립했습니다.

이처럼 ‘미담’도 있지만 주주총회는 회사 입장에서 괴로운 ‘통과의례’이기도 합니다. 소액주주들이 주주총회에서 여러가지 제안을 하고 표대결로 치닫기도 합니다. 주주와 경영진 간의 고성이 오가며 설전을 벌이는 사례도 종종 눈에 띕니다. 이런 경험을 몇차례 겪은 상장사들은 주주총회 시즌이 다가올 때마다 긴장하는 곳도 많습니다.

심지어 이런 사례도 있습니다. 지난해 3월말 기자가 직접 목격한 일입니다. 한 대기업 본사에서 정기 주주총회에 70~80대로 보이는 노부부도 주주라며 참석절차를 밟았습니다. 갑자기 주주총회 진행요원이 노부부를 막아서더니 “주주총회 장소의 자리가 없습니다. 그냥 돌아가십쇼”라고 말했습니다. 처음에는 이것 저것 따지던 노부부도 건장한 진행요원 여러명이 총회장 입구를 막아서자 발 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진행요원 가운데 하나가 생수와 선물이 담긴 쇼핑백을 노부부에게 건네줬습니다.

상법에서 규정한 주주의 주주총회 참석을 막은 것은 엄연히 범법 행위입니다. 주주총회는 ‘주주자본주의의 꽃’이라고도 합니다. 주주총회를 통해 목소리를 높이고 경영에 참여하는 것은 주주들의 권리입니다. 주주들의 질타가 회사 발전의 밑거름으로 작용할 수도 있습니다.

기자는 당시 이 회사 담당자에게 이런 사실을 따져 묻고 취재에 착수했습니다. 회사는 잘못을 인정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 했습니다. 올해도 그 회사의 정기 주주총회 장소에 찾아가 약속을 준수하고 있는지 확인하겠습니다. (끝)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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