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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 지지하는 실리콘밸리 기업들…“블룸버그는 착한 기업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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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윤정 국제부 기자)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 시장의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한 관심이 뜨겁습니다. 최근 치러진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 블룸버그가 비판해온 후보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버몬트)과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가 각각 민주당과 공화당 1위를 차지하면서 그의 출마설은 더욱 가열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 가운데 블룸버그의 출마를 반기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실리콘밸리의 기업가들입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실리콘밸리의 기술 기업들이 블룸버그를 ‘착한 억만장자’로, 트럼프를 ‘나쁜 억만장자’로 지칭하며 블룸버그의 출마를 지지하고 있다고 16일(현지시간) 보도했습니다.

구글 임원이었던 마이크 두다스는 “블룸버그는 좋은 억만장자, 트럼프는 나쁜 억만장자다”라고 평가했습니다. 앤서니 노토 트위터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트위터에 ”제발, 제발, 마이클 블룸버그”라는 글을 올리며 그의 출마를 지지했습니다. 차량 공유 앱(응용프로그램) 우버의 투자자인 제이슨 칼라커니스도 “트위터를 보면 사람들이 ‘예스, 예스, 예스 블룸버그. 제발, 제발, 제발’이라고 외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블룸버그통신의 창업자인 블룸버그는 개인 자산이 360억달러(약 44조1000억원)에 달하는 미디어 재벌입니다. 45억달러(약 5조5000억원) 개인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공화당 유력 후보 트럼프와 재벌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실리콘밸리에서 둘에 대한 평가는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는 겁니다.

실리콘밸리의 기술 기업들이 블룸버그를 지지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양당 후보들이 기술 산업 지원과 관련된 어떤 정책적 관심도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트럼프는 이민제한 정책을 공약으로 내걸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술 산업의 주요 관심사인 전문직 취업비자(H-1B)와 관련해서는 아무 대책도 내놓고 있지 않습니다.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텍사스)과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플로리다) 역시 금융가 보수층의 입맛에 맞는 정책만 내놓고 있습니다. ‘불평등 문제’를 지적해온 민주당의 샌더스 의원은 실리콘밸리의 부유한 기업가들에 대한 개혁을 단행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습니다. 게다가 샌더스 돌풍에 놀란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도 비슷한 주장을 내놓고 있지요.

블룸버그가 기술 산업에 대한 이해가 깊다는 점은 실리콘밸리 기업가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또 그가 기술에 대한 투자를 통해 부를 축적해왔다는 점도 ‘착한 억만장자’로 불리는 이유입니다. 블룸버그통신의 전신은 금융정보를 계량분석해 전용 단말기를 통해 정보를 제공하는 '이노베이티브 마켓 시스템스’라는 기업이었습니다. 블룸버그가 금융 데이터 전문 단말기를 판매하면서 부를 축적했다는 사실은 실리콘밸리 창업가들의 마음을 얻기에 충분했습니다. 칼라커니스는 “다른 후보들은 후보로서의 자질이 부족해보인다”며 “우리는 기술 산업의 기수(旗手)가 될 블룸버그를 지지한다”고 말했습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실리콘밸리의 기업들이 양당의 주요 후보들에게 기부금을 후원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최근 샌더스가 실리콘밸리의 5대 기술기업 직원들로부터 10만5000달러(약 1억3000만원)의 후원금을 거뒀다는 조사결과가 나오기도 했죠. 기업들의 이런 행보는 일종의 보험(?) 가입으로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요. 아직 블룸버그의 출마 여부는 불투명합니다. 그가 출마한다면 실리콘밸리의 후원금이 어디로 방향을 틀지 기대됩니다. 물론 억만장자인 블룸버그가 대선을 치르는 데 후원금이 필요할 것 같진 않지만 말이죠. (끝) /yj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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