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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에서 만난 프로야구 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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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노자(오키나와)=박상익 문화스포츠부 기자) 일본 오키나와현 기노자촌은 현청 소재지인 나하시에서 북동쪽으로 50km 정도 떨어진 작은 마을입니다. 오키나와 관광 안내서에도 잘 소개되지 않는 이곳은 해마다 2월이면 일본 각지에서 모인 사람들로 북적거립니다. 프로야구팀 한신 타이거스가 스프링캠프를 차리기 때문이지요.

지난 17일 기노자 구장에서 열린 라쿠텐 골든이글스와 한신 타이거스의 연습 경기를 보며 저는 일본에서 프로야구가 얼마나 인기 스포츠인지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평일 오후에 열리는 연습 경기니까 여유 있게 경기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제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습니다. 경기가 시작된 오후 1시부터 야구장 관중석에는 빈자리를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단층에 내야석만 갖춰진 구장이지만 어림짐작으로 3000명 가까운 관중들이 자리를 메웠습니다. 3루 관중석에서는 나팔을 불고 깃발을 흔드는 구단 응원단도 볼 수 있었지요. 관중들은 선수들의 플레이를 유심히 지켜보며 안타나 홈런이 나올 때마다 박수를 쳤습니다.

구장 밖에는 실내 연습장에서 몸을 푸는 선수들을 보려는 팬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한신 타이거스 관련 상품을 파는 천막에도 사람들이 몰렸습니다. 올해부터 한신 타이거스를 이끌 한국계 가네모토 도모아키 감독(48) 관련 상품과 스프링캠프 한정판이 특히 인기를 끌었지요. 이런 풍경은 인원만 10분의 1 정도로 줄었을 뿐, 프로야구 시즌 경기 풍경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야구팬으로서 이 광경을 보고 있자니 부러움과 안타까움이 동시에 들었습니다. 정식 페넌트레이스 경기도, 시범경기도 아닌 스프링캠프 연습경기에 열광하는 모습은 일본 프로야구팬들의 특징일지도 모릅니다. 그들은 연습 경기가 없을 때 그저 타격이나 투구 훈련을 보기 위해서 먼 거리를 마다하지 않고 오키나와로 날아옵니다. 야구 칼럼니스트 키무라 코우이치 씨는 “일본은 고교나 대학부터 야구를 보는 팬이 있다”며 ”그런 선수가 성장해가는 과정도 팬의 즐거움”이라고 설명합니다. (‘일본인에게 야구란 무엇인가’ 中 sports.news.naver.com/npb/news/read.nhn?oid=264&aid=0000000473)

스프링캠프는 프로야구팬들을 위한 일종의 전채요리입니다. 스프링캠프가 팬들의 입소문을 탈수록 2016년 시즌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기 때문이지요. 한신 타이거즈와 오키나와현은 스프링캠프를 찾은 팬들을 위해 잘 꾸며진 안내 책자를 무료로 배포하고 있습니다. 구단마다 연습경기를 인터넷 생중계하기도 합니다. 이에 비하면 한국은 아직 시즌 전 마케팅에 대한 고민이 다소 부족한 편입니다.

스프링캠프가 미국이나 일본 등 외국에서 열리기 때문에 국내 구단의 스프링캠프 마케팅은 어려울 것입니다. 대신 시범경기를 단순히 보여주는 것을 넘어 다양한 마케팅 이벤트를 연구한다면 이야깃거리가 풍성한 프로야구가 될 수 있을 듯합니다. (끝) /dir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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