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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뒷 얘기

캄보디아가 달러와 자국통화를 섞어쓰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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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지식사회부 기자) 최근 캄보디아에 출장차 가서 돈을 썼던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캄보디아 프놈펜에 도착해 시내에서 패스트푸드 업체인 KFC에 가 햄버거를 먹었습니다. 일행 5명이 세트 메뉴를 시키니 21달러60센트가 나왔습니다. 그 다음 상황이 흥미로웠습니다. 현금으로 22달러를 건내자 캄보디아 화폐인 1600리엘을 거스름돈으로 돌려받았습니다. ‘아니 이 나라는 달러를 주면 자국화폐를 주네!’ ‘고정 환율제를 쓰는 나라인가?’ 여러가지 생각이 맴돌았고 캄보디아 경제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그 결과를 여러분과 공유하고자 합니다.

먼저 찾은 해답은 이 나라도 공식적으로 리엘화가 자국 화폐라는 점입니다. 따라서 환율 변동도 있습니다. 캄보디아 중앙은행에 따르면 리엘화는 1달러당 4000~4100리엘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환율변동이 그리 큰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민간에서는 실제 미국의 달러가 주요 거래수단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미국의 지폐만 통용될 뿐 동전은 쓰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자국화폐인 리엘은 거스름돈과 소액거래에서만 사용되고 있었습니다. 한 나라에 두가지 화폐가 마구 혼용돼 쓰이는 것이죠.

그렇다면 두번째 질문에 대한 해답. 민간인들이 매번 환율을 확인하면서 거래하는 것일까? 그것은 아니었습니다. 일반 캄보디아 국민들은 환율 변동과 상관없이 무조건 ‘1달러= 4000리엘’을 사용합니다. KFC에서 40센트를 1600리엘로 계산한 이유지요. 완전 정확하다고 볼 수 없지만 환율이 비교적 안정적이어서 가능한 구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나의 국가에서 자국의 법정 통화 대신 역외 통화(일반적으로 달러)가 광범위하게 기능을 대신하는 경제현상을 ‘달러화(dollarization)’라고 부릅니다. 캄보디아는 1953년부터 리엘을 유통해 왔지만 1970년대 ‘킬링필드’로 악명이 높은 공산주의 정권이 화폐발행시스템을 파괴해 경제가 크게 후퇴했습니다. 이후 1990년대 들어 대량의 미국 달러가 유입되면서 리엘의 역할을 대신하게 된 것이죠. 캄보디아 중앙은행에 따르면 전체 예금 중 달러의 비중이 95%(이하 2014년 기준), 대출의 달러 비중은 98%에 달합니다.

달러화 경제가 캄보디아에 간접적으로 이득을 주는 면도 있다고 합니다. 해외투자자들은 달러화로 투자하는 것이 더 안정적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서입니다. 해외직접투자가 늘어나면서 캄보디아는 7.0%의 고도성장을 이룩했습니다. 하지만 단점도 있습니다. 달러 강세에 따라 주변국의 통화가 평가절하되는 반면 캄보디아는 그대로이기 때문에 수출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이죠. 미국 화폐정책에 캄보디아 경제가 요동친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됩니다.

어쨌건 현지에서 만나본 캄보디아 국민들은 자기가 ‘조지 워싱턴’ 대통령이나 ‘벤자민 플랭클린’ 초상이 그려진 화폐를 사용하는 데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습니다. 캄보디아 정부는 2013년 5월 10만 리엘(약 25달러) 지폐를 발행하고 공무원 월급을 리엘화로 지급하는 등 자국 통화 활성화에 애쓰는 모습입니다. 캄보디아의 탈달러화가 얼마나 성공할지 기대됩니다. (끝) /3co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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