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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산업도 '부익부 빈익빈'...어떤 영화가 뜨나 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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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영 문화부 기자) 이번 설 연휴에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영화는 황정민·강동원 주연의 ‘검사외전’입니다. 지난 3일 개봉해 엿새 만에 400만명의 관객을 모으며 2위 ‘쿵푸팬더3’를 가뿐히 제쳤습니다.

어느새 한국영화가 최고 관객 점유율을 기록해도 이상하지 않은 시대가 됐습니다. 20년 전만 해도 ‘은행나무 침대’(68만명)가 외화 ‘쥬만지’보다 관객을 많이 동원했다는 것이 큰 뉴스였는데 말이죠. 지난해에는 ‘국제시장’‘암살’‘베테랑’ 등 ‘1000만 관객 영화’ 3편이 탄생한 해였습니다.

관객들에게 사랑받는 한국영화가 대거 탄생하는 동안 한국인은 분기별로 극장에 가는 영화 애호가로 변모했습니다. 국내 배급사들은 국내 흥행의 여세를 몰아 중국·미국 등의 미디어 기업과 손잡고 해외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대박’ 영화의 약진이 두드러진 것과 대조적으로 중소 규모 제작비를 투입한 영화는 더 살아남기 어려운 시대가 됐습니다. 극장도 CGV·롯데·메가박스 등 이름있는 곳만 남는 추세입니다. 영화진흥위원회(KOFIC)가 지난 3일 펴낸 ‘2015년 한국 영화산업 결산 보고서’를 통해 한국영화의 현주소를 가늠해 봅니다.

①철마다 한 편 꼴로 영화 보는 한국인

지난해 극장을 찾은 관객 수는 전년 대비 1.0% 증가한 2억1729만명이었습니다. 이에 따라 인구 1인당 연평균 관람횟수는 4.22회로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했습니다. 전 국민이 계절 바뀔 때마다 한 번씩 영화관을 찾는 셈입니다. 영진위에 따르면 2014년도 인구 1인당 연평균 관람횟수가 높은 나라는 아이슬란드(4.0회) 싱가포르(3.9회) 미국(3.6회) 호주(3.3회) 프랑스(3.1회) 등입니다.

2006~2011년 1억5000만명 안팎에 머물던 영화관객수는 2012년 1억9489명으로 급증한 뒤 2013~2015년에는 3년 연속 2억명을 돌파하며 역대 최다를 기록하고 있습니다(2012년 관객 수가 큰 폭으로 뛴 것은 당시 ‘도둑들’ ‘광해:왕이 된 남자’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 ‘건축학개론’ 등 한국영화 흥행작이 쏟아졌기 때문이었죠). 지난해 한국영화와 외국영화의 총 관객 수는 각각 1억1293만명(관객 점유율 52.0%)과 1억436만명(48.0%)로 한국영화가 살짝 앞섰습니다.

관객 수가 늘면서 입장권 매출 역시 올랐습니다. 지난해 극장 입장권 매출액은 전년도보다 3.1% 늘어난 1조7154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였습니다.

② 이제는 해외다! 합작사 설립 활기

2015년은 국내 배급사들이 해외 진출을 본격화한 해였습니다. 국내에서 865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CJ E&M ‘수상한 그녀’의 웰메이드 리메이크가 눈에 띕니다. 대만 감독 레스티 첸이 만든 ‘수상한 그녀’ 중국판 ‘20세여 다시 한번(重返20歲)’은 중국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이 작품은 베트남에서도 ‘내가 니 할매다’라는 제목으로 만들어져 역대 베트남 자국영화 흥행 2위에 올랐습니다.

NEW는 중국 화책미디어에서 535억원을 투자 받아 중국합자법인 ‘화책합신’을 지난해 10월 설립했습니다. 쇼박스도 지난해 5월 중국 화이브라더스와 독점 파트너십을 맺고 쇼박스 차이나를 세웠고요. 쇼박스는 미국 제작사 블룸하우스, 투자사 아이반호와도 계약을 맺고 향후 5년간 최소 6편의 스릴러·공포 장르 영화를 함께 만들게 됩니다.

지난해 12월 상장한 시각특수효과(VFX) 전문업체 덱스터의 성장도 올해 눈여겨볼 만합니다. 덱스터는 중국 베이징 타이허 엔터테인먼트와 27억8000만원 규모의 영화 ‘쿵푸요가’ 특수효과 공급계약을 맺었다고 지난 3일 공시했습니다. 이 회사는 앞서 중국 완다그룹과 중국 레노버 계열사 레전드캐피털로부터 각각 1000만달러, 중국 DT캐피털파트너스로부터 100만달러의 투자를 유치해 중국 상하이에 덱스터차이나를 세웠습니다.

③대작영화라야 뜬다…투자수익률 -7.2%

지난해 한국영화 투자수익률은 -7.2%를 기록했습니다. ‘국제시장’과 ‘암살’ ‘베테랑’ 등 1000만 관객 영화가 3편이나 나오고 2억명이 넘는 관객이 극장을 찾는다는 소식에 찬물을 끼얹는 듯한 투자수익률입니다. -24.5%를 기록했던 2006년, 각각 -40.5%와 -43.5%였던 2007년과 2008년에 비하면 준수한 성적이지만 최근 4년 만에 가장 좋지 않은 수치입니다. 한국영화 투자수익률은 2012년 13.3%로 첫 흑자를 기록한 뒤 4년 만에 다시 마이너스 수익률로 돌아섰습니다.

영진위가 투자수익성을 분석한 상업영화 73편 가운데 손익분기점(BEP)을 넘긴 영화는 16편(21.9%)에 불과했습니다. 투자수익률 100%를 넘어선 작품은 7편(9.6%)으로 더욱 적었고요. 투자수익률 50%를 웃돈 영화로 범위를 넓혀도 9편에 불과합니다.

업계에서는 저조한 투자수익률의 원인으로 ‘양극화’를 들고 있습니다. 제작비가 많이 투입된 일부 영화만 ‘대박’을 내고 나머지 영화는 소리 소문 없이 사라져 갔다는 겁니다. 총제작비가 80억원 넘게 든 17편의 투자수익률이 26.1%, 평균제작비인 52억3000만원 이상~80억원 미만을 투입한 영화 17편의 투자수익률이 -22.2%라는 사실이 이 주장을 뒷받침합니다. 10억원 이상~52억3000만원 미만의 제작비가 든 31편의 투자수익률은 -56.9% 를 기록했습니다.

④10곳중 4곳은 특수상영관

극장 수와 스크린 수는 지난 5년간 계속 늘어왔습니다. 지난해 전국 극장 수는 전년도 356개보다 9.0% 늘어난 388개로 집계됐습니다. 스크린 수는 143개 늘어난 2424개였고요. 이중 3D, 아이맥스, 4D 상영이 가능한 스크린이 각각 901개, 17개, 40개로 전체 스크린 중 특수상영관 비중이 39.5%에 달했습니다. 좌석 수는 39만8702개로 전년 대비 2만6341개 늘어났습니다.

영화관도 없어 세종시 생활이 고달프다는 뉴스, 기억나십니까? 지난해 스크린이 늘어난 지역 가운데 세종의 증가율이 140.0%로 가장 컸습니다. 세종시가 2012년 7월1일 출범한 이후 첫 멀티플렉스 영화관인 ‘CGV세종’(7개관)이 지난해 12월 문을 열어서입니다. 2011년 3월 문을 연 조치원읍 메가박스세종(5개관)이 있었지만 CGV가 들어서면서 공무원들이 본격적으로 문화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388개 극장 가운데 81.7%에 달하는 317개가 멀티플렉스 극장입니다. 멀티플렉스의 관객 점유율은 98.4%에 달합니다. 총 매출 점유율도 98.8%에 이를 정도로 높습니다. CJ의 CGV와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3대 멀티플렉스 체인의 극장 수가 311개(스크린 수 2235개)이며 이들을 제외한 전국 멀티플렉스 극장은 6곳( 스크린 수 57개)으로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습니다. 극장과 한국영화 모두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셈입니다. (끝) /w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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