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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걸 산은 회장 내정자, 임명장 받기 전부터 한 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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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휘 금융부 기자)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내정자는 금융위원회가 임명제청한 직후인 지난 5일 회사 이메일부터 개설했습니다. 언제든 하고 싶은 말을 하라는 뜻에서라고 합니다. 노조가 ‘낙하산 인사’라는 성명을 내고 출근 반대에 나서자 ‘노조와 언제든 대화하겠다’는 뜻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처럼 신임 산은 회장의 첫번째 행보는 ‘소통’으로 시작됐습니다. ‘정책금융 경험이 없는 비전문가’, ‘친박 인사’라는 비판들이 난무하는 가운데 조직 내외부적으로 신임을 얻자는 취지에서 입니다.

홍기택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부총재의 후임으로 낙점되기까지 이 내정자가 신임 산은 수장으로 올 것으로 본 이들은 많지 않았습니다. 기업 구조조정이란 중책을 산은이 이끌려면 경험 많은 관료가 산은을 이끌어야 한다는 게 중론이었기 때문입니다. 산은 내부에서도 이같은 기류가 강했습니다.

하지만 청와대에서 ‘관료 배제’라는 원칙으로 선을 그으면서 1월 말께부터 이 회장 내정자가 주요 후보로 급부상했습니다. 김영기 전 산은 수석부총재 등 산은 내부 인사도 금융위가 제청한 후보군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당초 유력 후보로 거론됐던 정찬우 금융위 부위원장조차 학자 출신임에도 직전에 관료였단 이유로 제청 대상에서 빠졌습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인사에 대해 ‘민간의 마인드로 정책금융을 이끌라’는 뜻으로 해석합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기업 구조조정만해도 과거처럼 정부 의지만 갖고 할 수 없는 시대”라며 “회사채 유통 등 시장 메커니즘을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라야 기업 구조조정도 원활히 이끌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금융위도 지난 4일 임명제청 배경을 설명하면서 “(이 내정자는)신한캐피탈 대표 시절 CRC(기업구조조정전문회사) 업무를 신규사업으로 추진한 경험이 있고, 굿모닝신한증권 대표 때엔 선박펀드, 부동산PF, SOC펀드 등 한국형 IB모델을 정립했다”며 “산적한 산업은행의 과제를 (시장의 시각에서) 처리하는데 적임자”라고 전했습니다.

그럼에도 이 내정자가 넘어야 할 장애물들은 산적해 있습니다. 금융업계에선 산은 내부뿐만 아니라 외부와의 소통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읍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기업 여신이 많은 산은이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주채권은행 역할을 맡는 일이 많다”며 “맏형으로서 시중은행들의 동의를 얻어가며 한계기업 생사를 결정하려면 설득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금융위와의 관계 개선이 필요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이번 인사만해도 금융위가 제청권을 갖고 있다고는 하지만 사실상 청와대에서 낙점하고, 금융위는 형식적으로 제청했다는 얘기가 많다”며 “산은 회장이 금융위와 멀어지면 산은 내 임직원들과 금융위 실무진이 호흡을 맞추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했습니다. (끝)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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