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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의 '똑부' 3인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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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휘 금융부 기자) ‘똑부’라는 말이 있습니다. 리더를 네가지 유형으로 분류할 때 쓰는 말입니다. 똑똑한데 부지런하기까지 하다는 표현입니다. ‘똑부’ 외에 ‘똑게(똑똑한데 게으름)’, ‘무부(무식하지만 부지런함’, ‘무게(무식한데다 게으르기까지 함)’ 등이 있습니다

금융위원회엔 요즘 ‘똑부’ 스타일의 리더가 세 명이나 된다는 말들이 나옵니다. 세 명위원장을 비롯해 부위원장, 사무처장 등 서열 1,2,3위가 모두 업무에 열성이라는 건데 밑에 직원들은 전방위로 날라드는 주문을 소화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는군요.

임종룡 위원장은 예전부터 ‘똑부’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관료 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본인 스스로 험지를 골라 일을 찾아서 하는 스타일입니다. 그 만큼 경험도 많고 시쳇말로 똑똑해서 후배 공무원들로부터 신망이 두텁습니다.

금융회사 CEO들을 만날 때도 소통을 중시해 ‘똑부겸’ 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습니다. 겸손하기까지 하다는 겁니다. 민상기 전 금융개혁회의 의장이 약 1년 간 임 위원장과 함께 민간의 대표로 금융개혁회의를 주재했는데 “그만한 사람 찾기 어렵다”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할 정도입니다.

작년까지만해도 위원장이 ‘똑부’ 스타일이었다면 정찬우 부위원장은 ‘똑게’에 가까웠습니다. ‘게으르다’는 표현이 좀 어색하긴 합니다만, 선이 굵은 스타일로 알려져 있습니다. 호불호도 명확하고, 맺고 끊는 것도 분명해서 세세하게 일을 챙기기보단 인사 등 부위원장에 주어진 일에 주력했습니다. 퇴임 전까진 우리은행 민영화가 그의 주된 몫이었습니다.

신임 정은보 부위원장은 전임자와는 다소 다른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고 합니다. 정 부위원장도 금융위 금융정책국장 시절만해도 ‘배트를 길게 잡는’ 스타일에 ‘똑부’보다는 ‘똑게’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금융위 부위원장에 취임하자 ‘똑부’로 확 바뀌었다는군요.

신임인지라 이것저것 업무보고를 받을 일이 많아서라고 해석할 수도 있지만 조직 내 기존 의사소통 경로를 국장 중심에서 1급 중심으로 바꾸는 등 아예 구조를 바꾸는 등 일을 많이 벌리고 있다고 합니다. 사실, 정찬우 부위원장 시절엔 부위원장 나이가 적은 편이어서 5명의 금융위 1급들은 상대적으로 의사결정과정에서 자유로웠습니다. 시쳇말로 한가했다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정은보 부위원장은 관료 경력으로 봐도 1급들보다 위이기 때문인지 1급들을 적극 활용, 막중한 임무를 맡기고 있다고 합니다.

차관 주재 1급 회의를 신설한 게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 회의엔 국장들도 배석하지 않고 오로지 부위원장과 1급 5명만 참석한다고 합니다. 이 회의에서 각 1급들은 각자 특수 임무를 맡았는데 고승범 상임위원은 핀테크 활성화 및 금융업권 경쟁 촉진을 배정받았고, 김학균 상임위원은 글로벌 시장 모니터링, 이현철 증권선물위원은 최근 대형 손실 우려가 제기된 ELS 동향 파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합니다.

차관 주재 1급 회의가 신설되다보니 1급들로선 업무 파악을 해야하고, 또 이는 연쇄적으로 국장 및 과장들에게 업무 부담이 되고 있습니다. 보고할 필요가 없던 곳에 보고를 해야하면서 벌어지는 일입니다.

금융위의 마지막 ‘똑부’는 5명의 1급 중 한 명인 김용범 사무처장입니다. 그의 역할은 금융위원장을 정책으로 보좌하는 것입니다. 전남 무안에서 중학교까지 졸업해 고위 관료에 오른 자수성가형 인물인 김 사무처장 역시 업무에 관한 한 철저하기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특히 기업 구조조정 경험이 풍부해 최근 현대상선 등 구조조정 대상 기업에 대해 정책금융기관과 조율하고, 다른 부처와 협력하는데 혁혁한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올해는 임종룡 위원장 2년차여서 실질적인 성과를 내는데 주력해야 할 상황입니다. 이래저래 금융위 공무원들 일복이 터졌습니다. (끝)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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