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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박(진짜 친박)'의 과거는 묻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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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호 정치부 기자) 새누리당 내 ‘진박’ 논란이 거셉니다. 진박은 ‘진짜 친박(친박근혜)’의 줄임말인데요. 친박 중에서도 핵심인물이라는 의미로 쓰이고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여러 차례 국회를 질타하며 “총선에서 진실한 사람이 당선돼야 한다”고 말한 이후 회자되기 시작했습니다.

친박 핵심으로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낸 최경환 새누리당 의원이 진박 논란에 불을 붙이고 있습니다. 최 의원은 요즘 당내 경선에 나선 일부 예비후보들의 사무실 개소식에 참석하고 있는데요. 최 의원이 개소식에 참석한 예비후보는 자연히 ‘진박’으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 의원이 지원하고 있는 일부 예비후보들의 면면을 보면 고개를 갸웃하게 됩니다. 최 의원이 지난 2일 사무실 개소식에 참석한 강석진 예비후보(경남 산청·함양·거창)부터 보겠습니다.

강 후보는 이명박 대통령 재임기인 2008~2010년 청와대 정무수석실 행정관으로 근무했습니다. 그래서 ‘친박’이 아닌 ‘친이(친이명박)’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2010년 지방선거에선 공천을 받지 못하자 탈당 후 무소속으로 출마했습니다. 이후 복당했지만 2012년 총선에서 공천에 탈락하자 또 탈당하고 무소속으로 선거에 나섰습니다. 계파는 둘째치고 탈당과 복당을 반복한 인물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을까요.

강 후보는 과거 최 의원의 비서실장을 지냈습니다. 이 때문에 최 의원이 ‘자기사람’을 국회에 들여보낼 목적으로 지원에 나섰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최 의원은 지난 4일엔 권혁세 예비후보(경기 성남 분당갑)의 사무실 개소식에 축하 영상을 보냈습니다. 권 후보의 경력 또한 진박이라고 하기엔 적합하지 않은 면이 있습니다. 행정고시 출신인 권 후보는 이명박 정부에서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금융감독원장 등을 지내며 공직 생활의 전성기를 보냈습니다. 역시 친박이라기보다는 친이에 가까운 것이죠.

최 의원이 권 후보를 지원한 배경에 대해서도 다른 이유가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친박과 대립하고 있는 유승민 의원을 견제하기 위해서라는 것입니다. 권 후보의 경선 상대인 이종훈 의원은 새누리당 내에서 친 유승민계로 분류됩니다. 친 유승민계 현역 의원을 떨어뜨릴 목적으로 친이를 친박으로 둔갑시켜 지원하고 있다는 얘기죠.

여당 국회의원과 예비후보가 ‘진박’을 자처하며 대통령을 돕겠다고 나서는 것은 나쁘게만 볼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단순히 대통령의 이름을 팔아 선거에 이용하려는 것이라면 유권자들이 엄중하게 평가를 해야 하겠습니다. (끝) /usho@hankyung.com

오늘의 신문 - 2024.05.17(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