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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선주 기업은행장과 금융위의 미묘한 긴장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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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휘 금융부 기자) 요즘 기업은행에 대해 금융위원회에서 흘러 나오는 발언들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비판의 강도가 꽤 높아서입니다. 무슨 사정이 있는 걸까요?

1일 금융위는 기업은행을 포함해 9개 금융공공기관에 성과주의를 확산시킨다며, 성과호봉제를 전면 도입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발표 자료엔 ‘신의 직장’이라 불리던 금융공기업들의 실태가 낱낱이 공개돼 있는데 가장 많이 언급된 곳은 기업은행이었습니다.

예컨대 금융위는 전체 연봉에서 성과보수가 차지하는 비중과 S등급과 D등급 간 성과보수 차등폭을 비교했는데 기업은행을 ‘꼴찌’로 표시했습니다. 성과보수 비중도 낮고, 차등폭도 크지 않은 기관이라고 기업은행을 꼭 집어 지적한 것입니다. 성과급을 줄 때 평가를 어떻게 하느냐에 대해서도 기업은행만 유일하게 100% 집단평가에 연동한다고 적어놨습니다. 기업은행을 최우선 개혁대상으로 거론한 셈입니다.

금융위가 기업은행 사례를 수차례 든 것은 특별한 의도가 있어서는 아닐 겁니다. 실제로 조직문화가 금융공기업들 중 가장 덜 경쟁적이어서 ‘팩트’를 언급한 것일 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동안 금융위에선 기업은행에 대해 다소 부정적인 얘기들이 심심치 않게 흘러나오곤 했습니다. 권선주 행장의 비례대표 출마설까지 더해지면서 산하기관인 기업은행의 위세를 비판하는 목소리들입니다. 지난해 국정감사 때만 해도 권선주 행장은 여야를 막론하고 정무위 소속 국회의원들로부터 칭찬 세례를 받았습니다. 일각에선 권 행장이 금융위 고위 공무원들과의 관계가 원만하지 않다는 말까지 나올 지경입니다.

예전부터 금융위 공무원들과 은행 임직원들 사이엔 미묘한 신경전이 있어왔습니다. 행원들이 가장 싫어하는 대목은 ‘은행장은 금융위 국장과 동급’이라는 위상 문제입니다. 행장들이 나이도 위이고, 거느린 조직원도 많은데 위원장, 부위원장, 사무처장도 아닌 국장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으로 취급받냐는 불만입니다. 어쩌면 기업은행도 그간 쌓였던 불만이 유능한 CEO를 모신 덕분에 표출된 것은 아닐 지 모르겠습니다.

일각에선 금융위가 산하기관인 기업은행의 CEO를 민간에 뺏긴 것에 질투를 느끼고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기획재정부 차관급 이상을 지낸 사람들이 많아왔던 산업은행 회장도 교수 출신인 홍기택 회장이 맡고 있는 형편입니다. 생각해보니, 산업은행도 자회사인 대우조선해양의 대규모 부실을 몰랐다는 사실이 밝혀졌을 때 금융위 내부에선 산은을 강도 높게 비판하는 목소리가 들끓었습니다. 금융위와 소통이 잘 안되는 민간 출신 산하기관 CEO들이 금융위로선 곱게 보일 리 없나 봅니다. (끝)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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