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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급' 초선의원 박수현과 김관영의 엇갈린 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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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성태 정치부 기자) 얼마남지 않은 19대 국회를 평하면서 ‘눈에 띄는 초선'이 없었다는 말들을 많이 한다. 한국 정치의 계파색이 갈수록 짙어진 탓이 크다. 친박(친박근혜), 친노(친노무현) 등 계파선택을 강요당하는 패거리 정치문화에서 초선의 소신과 패기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넌센스 일지도 모른다.

그나마 입법실적, 성실도, 친화력 등 다면평가에서 좋은 성적을 낸 대표적 초선으론 박수현(더불어민주당)과 김관영(국민의당) 의원 정도를 꼽는다. 둘은 국회 안팎에서 주는 각종 상을 휩쓸었고 여야 진영논리에서 벗어나 초선답지 않은 정치력 발휘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박수현(52)은 이인제 새누리당 의원의 보좌관으로 정계에 발을 들였다. 그가 스스로 ‘안희정계’라 부를 정도로 연을 맺은 안 충남지사를 만난 것은 이인제 보좌관으로 있을때다. 2002년 새정년 민주당 대선후보(이인제 vs 노무현) 자리를 다투는 정적으로 만났지만 지금은 둘도 없는 친구사이가 됐다. 박수현은 안 지사가 2010년 충남도지사에 출마했을때 총괄선거대책본부장을 맡기도 했다.

군산이 고향인 김관영(47)은 공인회계사 행정고시 사법고시를 차례로 합격한 고시 3관왕이다. 공인회계사와 재정경제부 사무관, 법무법인 김앤장 변호사등 엘리트 코스를 밟은후 고향에서 출마해 단번에 ‘뱃지’를 달았다. 정치입문 동기 등은 다르지만 둘은 19대에서 우열을 가리기 힘들정도로 두각을 나타냈다. 정제된 언어력을 갖춘 ‘말빨’과 내공으로 당 대변인과 당 대표 비서실장 등에 중용된 것까지도 닯았다.

박수현과 김관영은 20대 총선을 코앞에 둔 재선의 길목에서 전혀 다른 선택지를 집어들었다. 안철수 의원을 시발점으로 한 탈당행렬에서 박수현은 잔류했고, 김관영은 신당에 몸을 실었다. 19대 마지막 원내지도부 대변인을 지냈던 박수현은 친노(친노무현), 비노 등 특정 계파에 속하지 않는다. 그런 그가 주요 당직에 중용된 것과 관련, 박수현은 “특정 계파에 속하지 않고 중간지대에 머물러 있는 것이 여러 중책을 맡게 된 배경"이라고 했다.

자신이 ‘입노릇’을 했던 이종걸 원내대표가 비주류를 대표하면서 문재인 당 대표등 친노와 사사건건 대립각을 세웠을때도 이 원칙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민주화 공약을 설계했던 김종인 교수를 선거대책위원장겸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영입한 후 그를 비서실장으로 낙점한 것도 무(無) 계파성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해석된다.

박수현의 지역구인 충남공주는 헌법재판소가 선거구별 인구편차를 기존 3대 1에서 2대 1로 바꾸면서 부여 청양과 합구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부여 청양은 여당 원내대표에 이어 국무총리까지 지낸 3선의 이완구 의원이다. 이 의원은 최근 1심재판에서 ‘성완종리스트’ 관련, 뇌물수수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은후 20대 불출마를 선언했다.

전북 군산출신인 김관영은 고심을 거듭하다 탈당행렬의 ‘막차’를 탄후 안철수 의원이 주도하는 ‘국민의당’에 합류했다. 김관영은 “박근혜 정권이 반민주적 행태를 일삼고 있음에도 제1야당은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며 “제 기능을 상실한 지금의 정치 환경에 새로운 희망의 씨앗을 틔우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재선 가능성이 높은 초선의원의 탈당을 예상하는 이는 많지 않았다. 탈당배경을 놓고 수많은 억측이 나왔지만 그의 복잡한 속내를 짐작하기는 쉽지 않다. 지인들에게 ‘지역 유권자들의 탈당권유'가 빗발쳤다는 하소연도 했지만, 그것만으로 당적을 바꾸기엔 평소 이미지와도 배치된다. 혹자는 김한길 전 대표의 비서실장을 지낸 경력으로 그를 김한길계로 분류, 정치적 의리를 따랐을 것이란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정치는 명분을 좆지만, 선거는 이겨야 명분이 생긴다. 더불어민주당에 남은 박수현도, 신당에 합류한 김관영도 결국 ‘이길수 있는’선택을 했을 것이다. 재선은 둘의 정치적 명분이 될 것이다. (끝) /mrhan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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