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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찬우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도 금융연구원으로 간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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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명 금융부 기자) 지난 15일 6개 정부부처 차관급 인사가 있었습니다. 청와대와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미래창조과학부, 금융위원회 등 속칭 ‘힘있는’ 부처의 고위 관료들이 꽤 많이 바뀌었습니다. 당연한 일이지만 세간의 관심은 늘 ‘승진자’에만 쏠립니다. 퇴임자에 대한 관심은 별로 없습니다. 시간이 흐른 뒤에야 ’아무개가 어디로 갔더더라’는 식으로 얘기가 돌곤 하죠.

지난 인사에서 퇴임한 고위 관료 중에는 정찬우 전 금융위 부위원장도 포함돼있습니다. 2013년 3월부터 금융위 부위원장을 맡았던 그는 임기(3월)를 두 달여 앞두고 교체됐습니다. 그런 정 전 부위원장이 조만간 한국금융연구원으로 ‘복귀’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복귀’라는 표현을 쓴 건 그가 금융위 부위원장을 맡기 직전 금융연구원 부원장(2012년 6월~2013년 3월)이었기 때문입니다. 아직 복귀 날짜가 확정된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금융위와 금융연구원에선 “조만간…”이라고 합니다.

물론 정확하게 얘기하자면 정 전 부위원장은 ‘복귀’하는 게 아닙니다. 금융연구원에 특별한 직책을 갖고서 돌아가는 게 아니라 사무실만 제공받는다고 합니다. 복귀하는 것도 아니고 사무실만 제공받는 걸 두고 왜 이렇게 길게 얘기하냐고 하실 분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그럴 이유가 있습니다.

한 때 금융권에는 ‘연피아’라는 말이 돌았습니다. 연피아는 금융연구원 출신이거나 한 때 몸담았던 인연이 있는 정부 고위 관료나 금융회사 고위 임원들을 지칭하는 말입니다. 한 두 명 뿐이라면 ‘연피아’라는 말도 안나왔을 테지만 그 수가 적지 않기에 이런 말까지 나왔습니다.

전직 고위관료, 금융사 고위임원들이 금융연구원과 인연을 맺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번째는 현직에서 퇴임 후 금융연구원 초빙연구위원으로 자리를 옮기는 방식입니다. 재정경제부 차관, 청와대 경제수석 등을 지낸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도 은행연합회장을 맡기 전 금융연구원 초빙연구위원이었습니다.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도 퇴임 직후 금융연구원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임영록 전 KB금융지주 회장과 윤용로 전 외환은행장 등도 ‘금융연구원 초빙연구위원’ 타이틀을 달았습니다. 가장 최근인 지난해 4월엔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이 이런 식으로 금융연구원에 자리를 마련해 옮겼습니다. 이들 외에는 금융연구원 초빙연구위원으로 자리를 옮겼던 고위 관료, 금융사 임원들은 수두룩합니다.

두번째는 정 전 부위원장처럼 금융연구원에 별다른 적(籍)을 두지 않고 사무실만 제공받는 방식입니다. 얼마 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가 된 윤종원 대사도 지난해 금융연구원에 사무실을 뒀었습니다. 지금은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 의장으로 활동 중인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도 금융연구원으로부터 사무실을 제공받았습니다.

초빙연구위원으로 있었든, 사무실만 제공받았든 간에 금융연구원에 몸담았던 이들 중 상당수는 다시 정부 고위직 등으로 승진하곤 했습니다. 금융계 관계자는 “금융연구원에 오른 전직 관료들이나 금융사 고위임원들 대다수는 풍부한 현장경험을 쌓은 우리 사회 엘리트들”이라며 “우리나라처럼 경제관료 풀이 좁은 나라에서 그들이 다시 중용되는 건 어찌보면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해석합니다.

일각에선 곱지 않은 시선도 나옵니다. 금융연구원은 국내 은행 등 금융회사들이 자금을 대서 만든 사단법인입니다. 민간 금융회사들 돈으로 운영하는 연구소입니다. 그런 연구기관에서 정부 고위관료들을 위한 ‘자리’를 만들어주고 사무실을 제공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도 많습니다.
(끝) /chihir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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