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요즘 들어 금융위의 인기가 다소 시들해지고 있다고 합니다. 밤샘 근무를 예사로 하는 데다 승진은 타 부처에 비해 늦어 젊은 공무원들 사이에선 기피 대상 목록에 올랐습니다.
예컨데 금융위 행시 44회들은 대부분 작년 초에 승진했는데 사무관 생활만 15년이었다고 합니다. 비경제 부처에서 보통 7~8년이면 사무관 딱지를 뗀다는 점을 감안하면 승진이 꽤 늦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공무원 생활 10년째인 금융위 행시 48회들은 언감생심 올해 승진은 꿈도 못 꾼다고 합니다. 이미 동기들은 벌써 보직 과장을 맡는 일이 흔한데 말이죠.
금융위원장 이하 약 250명 정도로 구성된 금융위는 타 부처에 비하면 ‘미니 조직’입니다. 기관명에서 알 수 있듯이 정부 금융정책을 결정하는 7인의 금융위원회를 보좌하기 위한 사무처로 출발해 그나마 이 규모로 커졌습니다. 2008년 금융정책과 감독 기능을 분리하자는 취지로 금융감독원을 떼낸 뒤 금융위는 꾸준히 조직을 늘려왔습니다. 조직 구성을 보면 금감원과 거의 비슷할 정도입니다. 그래도 금융감독위원회 시절에 비하면 여전히 작은 조직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고위 공무원 자리가 한정돼 있습니다. 국장으로 승진하기는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입니다. 보이지 않는 장벽도 있다고 합니다.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들이 워낙 많아 서울대 상경계가 아니면 승진가도를 달리기가 만만치 않다는 겁니다. 기획재정부, 공정거래위원회 등 다른 경제부처와 비교했을 때도 금융위 승진이 최소 1~2년은 늦어지는 이유입니다.
승진이 늦은데 비해 업무 강도는 최고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워낙 일 잘하는 장관으로 평가받고 있고, 실제로도 치밀하고 열정적으로 일을 하는 터라 과장들 사이에선 성과를 내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고 합니다. 그 밑에 있는 사무관들의 고생이야 더 말할 나위도 없겠죠.
사실 금융위는 요즘 정부부처 중 일이 몰리는 곳 중 하나입니다. 금융정책 외에 정부가 실물 경제에 개입할 정책 수단이 상당수 사라져서입니다. 부동산 정책만해도 국토교통부가 주택공급물량을 늘리거나 줄이는 식으로 집값을 잡는 시대는 이미 지났습니다. 은행의 주택대출금리 완급조절이 부동산 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시대이니 금융위가 할 일이 오죽 많아졌겠습니까. 규제완화로 인해 금융위에 일이 몰리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심지어 해운업 진흥과 관련해서도 해양수산부는 달리 취할 만한 정책수단이 없습니다. 이에 비해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금융공기업을 거느리고 있는 금융위는 해운 뿐만 아니라 조선, 철강, 건설 등 주요 기업들의 목줄을 쥐고 있습니다. 돈을 더 빌려주느냐 마느냐에 이들 업종의 명운이 달려 있을 정도입니다. 할 일 많은 금융위가 좀 더 우수한 공무원들을 끌어오기 위해 노력을 하던지, 아니면 금융위도 할 일을 좀 줄이던지 선택을 해야할 시점인 것 같습니다. (끝)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