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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업권 '빅 보스'(big boss)는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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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금융부 기자) ‘빅 보스’(big boss)라는 말을 들어보셨습니까. 중요한 사람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는 빅 보스는 조직의 우두머리나 수장을 뜻하기도 하고, 실권을 쥐고 있는 최고 책임자를 우회적으로 일컫기도 합니다.

국내 대표 생명보험사인 교보생명에는 보이지 않는 빅 보스가 있습니다. 신창재 회장이라는 확실한 ‘오너’가 있는 교보생명에 빅 보스가 있다니 다소 의아할 듯 합니다. 신 회장 보다 높은 위치가 있다고 알려진 교보생명의 빅 보스는 바로 비전입니다. 매년은 아니지만 5년이나 10년 단위로 발표하는 교보생명의 지향점이죠.

2011년 이후 5년 만에 내놓은 교보생명의 비전은 ‘상품·채널 분야 혁신 1위 생명보험사’입니다. 2020년까지 달성해야 하는 교보생명의 중기 목표라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신 회장은 평소 임직원들에게 “모든 의사결정을 할 때 내 말보다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건 바로 교보생명의 비전”이라며 “1위 생명보험사라는 건 다른 보험회사와 경쟁해서 이기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우리의 과거와 싸워 혁신과 진보를 이뤄낸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고 합니다.

곱씹어 보면 신 회장이 얼마만큼 교보생명의 변화와 혁신을 원하는 지를 알 수 있을 겁니다. 핀테크(금융+기술) 확산 등으로 금융업권간 칸막이가 무너지고 있고, 소비자들의 수요도 빠르게 변하고 있는만큼 교보생명도 변하지 않으니 살아남기 어렵다는 절박함이 깔려 있는 것이죠.

신 회장뿐만이 아닙니다. 연초 진행되고 있는 각 금융그룹별 올해 경영전략 회의를 봐도 키워드는 대개 변화와 혁신으로 축약됩니다.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잉카제국의 몰락까지 언급하면서 “변하지 않으면 신한금융도 무너질 수 있다”는 경고를 임직원들에게 했고요. 지난 4일 취임한 이경섭 농협은행장은 “출범 5년차를 맞는 농협은행은 일류은행으로 비상하느냐, 삼류은행으로 추락하느냐의 기로에 서있다”고 직설적인 어법으로 조직에 변화와 쇄신을 당부하기도 했습니다.

매년 다르지 않겠지만 인터넷보험 출범과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도입 등 유례없는 변화가 예정된 올해 금융업권의 빅 보스는 누가 뭐래도 ‘변화와 혁신’이라는 중압감이 아닐까 합니다. (끝) /kej@hankyung.com

오늘의 신문 - 2024.09.28(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