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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트모던이 주목한 여성작가 윤석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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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갑 문화스포츠부 기자) 새해 벽두부터 영국 최고 권위의 미술관 ‘테이트 모던’이 한국 설치 작가 윤석남 씨의 1995년작 ‘금지구역Ⅰ’(사진)을 구입한다는 미술계 낭보가 들려왔습니다.

윤씨의 전속화랑인 학고재갤러리는 국내 작가로는 유일하게 윤씨의 작품을 지난해 테이트 미술관 컬렉션에 소장되는 것으로 최근 확정됐다고 6일 발표했습니다. 이번 테이트 모던 컬렉션에 포함된 작품 ‘금지구역Ⅰ’은 의자, 무쇠 갈고리 등 모티브를 활용해 작가 자신과 역사 속 여성들을 이야기한 작품입니다. 그 중에서 작가가 주목한 것은 한 때 한국 사회에서 유행했던 바로코풍의 의자인것 같습니다. 일부 가정에서 볼 수 있는 이 의자는 서구 문화의 표상인 동시에 근대화 과정에서 동서양 문화혼성의 기표를 상징한데, 아마 고가의 의자를 통해 소비문화와 여성의 욕망을 투영한 듯합니다.

무엇보다도 배타적인 우리 화단에 정규 미술교육 과정을 받지 않은 윤씨의 입성과 성공 과정이 꽤 흥미롭습니다.

1936년 만주에서 태어난 윤씨는 스스로를 ‘페미니스트 아티스트’라고 칭합니다. 어려서부터 그림을 좋아했지만 영화감독겸 소설가였던 아버지 윤백남(1888~1954)이 타계하면서 화가의 꿈을 접고 결혼해 애 낳고 평범하게 살다가 36살 때부터 서예와 그림을 배워 40대 초에 화가로 등단한 작가입니다. 미국 뉴욕 프랫인스티튜드 그래픽센터와 아트스튜던드 리그에서 공부한 그는 작품활동을 했습니다. 1996년에는 베니스비엔날레 특별전에 참여했고, 여성 작가로는 처음으로 이중섭미술상도 받았구요.

1985년 다른 여성 미술가들과 ‘시월모임’을 결성한 그는 이듬해 연 ‘반에서 하나로’라는 제목의 전시는 국내 첫 여성주의미술 전시라는 평가를 얻었고, 1993년 ‘어머니의 눈’이란 주제로 한 개인전을 통해 여성 작가로서의 정체성을 찾았지요. 이후 페미니즘 운동가들과 지속적으로 교류하고 여성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뤄왔습니다. 1997년에는 페미니즘을 내세우며 창간한 계간지 ‘이프’의 첫 발행인을 맡기도 했을 정도로 페미니즘 운동과도 깊은 인연을 쌓아왔구요.

윤씨가 페니미즘 아트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무엇보다도 39세에 6남매를 데리고 혼자된 어머니의 처절한 삶 때문일 겁니다. 그는 ‘손이 열 개라도’라는 작품에서 한국의 어머니상을 다부지게 담아냈어요. 한 손은 머리에 광주리를 이고, 한 손은 밥을 짓고, 한 손은 아이를 안고, 또 한 손은 책을 들고 있는 바쁜 손을 통해 한국 여인상을 적나나하게 묘사했지요. 젖먹이를 안고서 광주리를 이고 무언가를 팔러가는 어머니의 모습에서 절망보다는 장미빛 희망이 보입니다. (끝) /kkk1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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